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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 호랑이 Jan 14. 2021

4.20대, 정말 가장 예쁜 시절이었을까

7)다시 20대는 사양입니다.

다시 20대는 사양입니다          


  얼마 전 신뢰가 깨질 대로 깨지고, 지쳐서 바닥까지 내려 간 부부가 20대 대학생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드라마를 한 적이 있다. 다시 20대라. 다들 그 때를 생각하면 설레겠지만 거기서 끝,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가끔 기억하고 웃으며 그 시대를 생각할 순 있어도 돌아가고 싶진 않다.      

설렜고 건강했고 두근거리던 20대의 삶, 거기서 빠질 수 없는 건 짧음과 불안. 그 찬란함이 얼마나 짧은지 나는 아니까, 그리고 그 시절 설렘 뒤엔 언제나 불안했다는 것, 더 이상 힘내서 살 수 없을 만큼, 내가 가진 힘껏 살아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가면 심기일전해서 지구정복을 하겠는가, 아니면 이미 정들대로 정들어 때 묻은 애착 인형 같은 이 남자를 버리고 누구랑 다시 시작하겠는가, 거기다 내 목숨 같은 아이, 랜덤이니 아무래도 만날 수 없을지도. 그러면 너무 마음이 두렵다. 그럴 수는 없지.

이미 그 당시 내가 가진 최선을 했다. 그 때로 돌아가 이렇게 살 걸 하며 다시 시작하기엔 그 시절의 불안과 아픔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나왔기에 아름다운 것.     

만약 잠에서 깬 순간 다시 고3이 된다면? 그건 입대 전으로 돌아가는 것과 맞먹는 공포가 아닐까. 

 

  다시 20대로 돌아가는 건 사양이다. 이럭저럭 그래도 정 붙이며 살아온 삶이다. 

그래서 짧은 소견의 나에게 니체는 두려운 존재였다. 영원히 이 삶을 반복한다니, 이건 무슨 악몽인거지? 예전<사랑의 블랙홀>이란 영화가 생각났다. 매일 동일한 하루의 삶이 반복되는 로맨틱 코미디였지만.      

  그러다 삶을 되돌아 보는 글이란 걸 쓰면서 인생을 돌이켜 보니 짧고도 긴 삶,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거 같아 마음이 놓인다. 감옥에 갈 만한 일을 한 것도 없으니, 그러나 맘에 걸리는 것 하나, 내가 타인에게 혹여 상처를 준 건 없는지에 대한 일이다.      


  앞으로의 삶도 크게 변하진 않겠지만, 그래서 재미없는 드라마일수도 있지만, 좀 더 조심해서 살아봐야겠다. 타인의 기억에도 그럭저럭은 될 수 있도록, 영원히 반복되더라도 후회되지 않도록 지금 현재를 긍정하며 살겠다고 결심해본다.      

아모르파티와 아모르문디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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