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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고통의 기록 5

병원도 사업이다.

by 은작가

결국 병원도 사업이다.

하긴 우리 회사도 병원 뒤에 “사업”이라는 이름을 붙이니까.

오늘 병실을 청소하시는 분이 밀대로 병원 바닥을 밀면서 툭 던지듯 한 말씀이 명언이다.

사람 일이 너무 웃기지 않냐고, 사람들은 사고가 안 나길 바라지만 병원에서는 사고가 나야 환자가 와서 돈이 생기니 사기를 치지 않는 이상 뭐든지 세상 돌아가는 게 다 그렇다고… 맞는 말씀이다.

갑자기 예전 어릴 적 들었던 우산 장사, 부채 장사 하는 두 아들을 둔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비가 오면 우산 장사가 잘 되어서 우산 장수 아들은 신이 나지만 어머니는 부채 장사하는 아들을 걱정하고, 비 안 오고 햇빛 쨍쨍하면 부채 장사는 잘 되지만 우산 장사하는 아들을 걱정한다는 어머니 이야기. 요즘은 그래서 국수 집도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여름엔 냉면을 팔고 겨울엔 칼국수를 파는 것일까.


이런 생각은 병원도 사업을 경영하는 것이라는 생각까지 발전했다.

병원을 경영한다는 것도 결국 비즈니스기 때문에 알아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먼저 병원 전체 설계를 해야 한다.

이 병원 구조는 외래 환자를 받는 병동과 입원 환자가 있는 입원 병동으로 크게 둘로 나뉜다.

외래 한방치료실은 환자용 침대가 14개 정도 되는 걸로 보인다. 한의사들의 진료실 겸 추나치료실이 각각 있고, 정형외과 진료실, 엑스레이 촬영실, 도수치료실 별도의 한방치료실도 있다.

입원 병동에도 10개 정도의 환자용 침대가 있는 한방 치료실이 있고, 한의사의 진료실 겸 추나치료실, 도수치료실, 조리실, 휴게실, 샤워실, 그리고 수많은 입원실이 있다. 각각의 입원실에는 화장실이 딸려 있다.


병원을 새로 만들려면 병원 인테리어에 대한 지식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세면대 위치도 결정해서 어디에 수도관이 있어야 하는지, 전기 위치도 꼼꼼하게 다 설계 때부터 정해둬야 한다. 여기 병원에 입원해 보니 꼼꼼하게 설계된 부분들과 그렇지 못한 부분들이 보인다.


입원병동의 병실을 살펴보면 침대 옆 벽면에 콘센트가 있고 반대쪽에는 침대 시트 옆면에 콘센트가 있어 양쪽에서 폰 충전을 할 수 있다. 커튼이 있어 사생활 보호가 되고 침대를 세울 수도 있다. 바로 앞에 TV 모니터가 있고 넷플릭스 등 플랫폼에 로긴 해서 영화나 드라마도 볼 수 있다.

화장실 변기엔 무릎이나 허리 아픈 환자들을 위해 양 옆에 손잡이가 있는 것이 좋다.

그런데 창문이 이중창이 아니라서 특히 밤에는 오토바이, 자동차 소리가 바로 옆을 지나가는 것처럼 크게 들린다.


병원 인력도 몇 명이 필요할지 계산해 보고 채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한/양방이 통합된 교통사고 전문병원의 특성상 이 병원에서 본 인력들은 한의사, 정형외과 의사, 물리치료사, 도수치료사, 상담실장, 외래 간호사, 입원실 간호사, 입구 안내 담당 간호사, 영양사, 조리사, 청소부이다.


병원에 1주일 동안 입원해서 치료받고 이곳저곳 병원 안 시설을 사용하다 보니 병원 구조, 인테리어, 인력들이 눈에 들어온다.

새로운 시각으로 병원을 바라보게 되어 나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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