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1학년](2)

여의도에서 자전거타기 / 내 방이 생긴 날 / 장기자랑

by 초인종

2004. 7. 11. 일요일 날씨: 해 그림

오늘 일어난 시간은? 7시30분 / 어제 잠든 시간은? 10시 10분


제목: 여의도에서 자전거 타기


오늘은 여의도에서 자전거를 탔다. 엄마를 쫓아가는 것이 매우 힘들긴 했지만 재미있었다. 처음 자전거에 올라탔을 때는 길이 오르막이라서 좀 페달을 밟기가 어려웠다. 내가 먼저 출발했는데 엄마가 금세 속력을 내서 같이 달리게 됐다. 그런데 엄마가 빠르게 가서 내가 뒤처지게 되었다.

아, 맞다. 아까 엄마를 쫓아갔다고 했는데 엄마를 쫓아가니까 더욱더 힘들었다. 나는 더 빨리 가고 싶었는데 자전거가 빨리 가지 않아서 좀 아쉬웠다.



그때 엄마는


진실을 말해줄까? 엄마도 아빠가 뒤를 봐주지 않고 엄마 혼자 자전거를 탄 게 그때가 처음이었을 거야. 그 넓은 여의도 광장에 서니 속으로는 엄청 긴장했는데, 엄마 체면은 있어 일단 올라타고 보니 속도 조절은커녕, 무작정 앞으로 달릴 수밖에 없었단다. 게다가 집도 먼데, 너랑 나랑 둘이 사고라도 날까 봐 온몸에 땀은 흐르고 머리칼은 쭈뼛쭈뼛 섰단다.



2004. 7. 17. 토요일 날씨: 해 그림

오늘 일어난 시간은? 7시10분 / 어제 잠든 시간은? 10시


제목: 내 방이 생긴 날

오늘은 내 방이 생긴 날이다. 이사갔냐고? 아니, 바로 우리 엄마가 수고 좀 한 날이지.

물론 나는 무척 기분이 좋아진 날이지. 전엔 방이 휑하게 보였는데 지금은 훨씬 아늑해 보여서 좋긴 한데 한가지 안 좋은 점은 의자를 가져다 써야 하는 점이다. 엄마는 의자를 가져다 써야 하는 책상을 내가 쓰게 된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그냥 바닥에 앉아서 쓰는 책상이 좋다.

왜 우리 둘의 의견이 이렇게 다를까? 왜!



그때 엄마는


아, 희담이가 그린 일기 속 그림을 보니 무슨 말인지 알겠어.

미안하지만, 새 것을 산 기억은 없는데 그 책상이 어디서 생겼는지 기억이 안 나네. 너는 한번 주저앉으면 망부석이 되도록 방바닥에 붙어있으니 엄마가 ‘학생’답게 책상을 마련했나 본데 뭐가 불만이었담.



2004. 7. 19. 월요일 날씨: 해 그림

오늘 일어난 시간은? 7시 / 어제 잠든 시간은?


제목: 장기자랑


‘여러분!’

사람이 가장 무거워질 때는 언제일까요?

‘임산부!’(승호)

‘땡!’

‘밥 많이 먹었을 때!’(산하)

‘노우~!’

‘정답은 철들었을 때입니다.’

장기자랑은 무지무지 재미있었다. 특히 내 수수께끼를 아무도 맞추지 못해서 너무 재미있었다.(우하하하)
이제 방학이 되면 친구들하고도 안녕이네. 그래서 하나도 안좋아. 어떤 애들은 방학이 좋다고 하는데…….


그때 엄마는

우하하하, 그래! 희담이는 학교가는 걸 너무 좋아하고, 놀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잠들기 직전까지 매일 신나게 지냈는데, 엄마는 그게 괜스레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 외동인 데다 학원이고 어디고 다니지를 않았으니 혼자놀기가 심심해 보여서 말이지.
알아, 호기심 많은 내 딸은 잠시라도 참새처럼 짹짹거리지 못하면 좀이 쑤셨을 뿐이라는 거.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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