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박물관 / 민속박물관과 경복궁 / 깨진 전구와 새 전구
004. 8. 15. 일요일 날씨: 해 그림
엄마와 함께 삼성박물관에 갔다.
펌프나라, 걸리버 피아노, 공기방울의 여행, 물호루라기, 박쥐처럼 거꾸로 매달리기, 파라오에게 고대 상형문자 보내기 등 그 종류가 많았지만 떼굴떼굴 놀이터가 특히 재미있었다. 경주공, 날으는 꼬마공은 공이 공기 덕분에 한자리에 떠있는게 정말 마술 같았다.
다른 박물관은 전시물을 보는 게 끝이지만 여기는 직접 실험해 볼 수 있어서 버스 타고 울렁울렁 멀미하면서 간 보람이 있었다.
입만 열면 ‘엄마와 함께’라고 하지만 이 날은 아빠도 함께 갔었잖아. 아빠니까 이런 곳을 찾아냈지. 잠실역 근처였나? 3층인가 4층인가 모두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로 북적거렸던 기억이 나. 엄마는 그때 우리도 셋이 다 오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 그런데 낯선 곳에서 신나게 쫓아다니는 너를 따라다니느라 엄마는 사실 뭘 봤는지는 별로 기억이 안 나.
2004. 8. 18. 수요일 날씨: 해 그림
아빠와 경복궁에 갔다.
여러 가지 궁과 장소가 있었지만 명성황후가 살해당한 곳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명성황후 비석도 있었는데 꽃다발, 쿠크다스(과자), 학을 접어서 만든 띠, 정말 많이도 올려놨다.
민속박물관에도 가서 가옥의 구조를 보았고 찬방이 좋았다.
손으로 팽이도 돌리고 제기도 찼다. 제기는 말이 찬 거지 차기는커녕 주우러 다녔다고 하는 것이 사실이다.
팽이는 조금 돌려졌다.
옛날 사람들은 이렇게 저렇게 놀았구나.
나도 옛날 사람이 되고 싶다.
옛날 사람이 되고 싶은 건 다만 '이렇게 저렇게' 놀고 싶어서지?
아빠가 제기시범을 보여서 희담이도 실컷 해봤나? 엄마도 아빠가 제기차는 걸 한 두번 본 적이 있어.
아빠는 서울에 있는 동안 희담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많았던 거야.
희담이 일기가 아니면 아빠와 둘이 놀러간 줄도 몰랐겠네.
2004. 8. 24. 화요일 날씨: 해 그림
나는 오늘 전구를 사러 전구 파는 가게에 갔다.
아빠가 이것하고 똑같은 것을 달라고 하면 된다고 하면서 다 쓴 전구를 주셨다. 그런데 가는 도중에 다 쓴 전구를 떨어뜨려서 깨져 버렸다. 그래도 이거라도 가져가면 도움이 되지않을까 해서 전구의 필라멘트가 없는 쪽으로 조각 하나를 가져가서 전구가게 아저씨께 얘기를 하니 똑같은 전구를 주셨다.
저녁에 엄마가 어려운 심부름을 했다고 칭찬하셨다. 그러나 물건없이 ‘60와트 백열구 주세요’가 더 좋다고 했다.
‘이슬이의 첫 심부름’ 그림책에서는 이슬이가 우유를 사러 갔던가? 우리 희담이가 훨씬 더 어려운 심부름을 잘 했는데 칭찬만 하면 될 걸, 엄마가 또 사족을 붙였구나, 60와트 운운하면서…. 근데 말이지, 지금 또 그런 일이 생겨도 엄마는 또 그렇게 말할 걸. 희담이는 엄마가 그렇게 말해서 그때 기분이 어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