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1학년](15)

장기자랑 / 즐거운 크리스마스 / 즐거운방학, 지겨운방학?

by 초인종

2004년 12월 23일 목요일 날씨:해(0) 구름(X) 비(X) 눈(X)

일어난 시각: 7시00분 잠드는 시각: 10시 00분


제목: 장기자랑


오늘은 2~3교시에 장기자랑을 했다

나는 특이한 것을 했는데 그 특이한 것이 뭐냐면 '삼행시'를 선생님의 이름으로 지었다.


: 이번 겨울방학에도

: 봉숙 선생님은

: 숙제를 산더미같이 내주셨다


이렇게 말이다. 친구들은 쿡쿡거리며 웃었다.

선생님은 "역시 희담이는 책을 많이 읽어서 다르구나"라고 하시며 연두색 사탕 목걸이를 걸어 주셨다.

나는 기분이 우쭐했다.


오늘의 착한 일: 일기 쓰기



그때 엄마는

오늘은 엄마가 희담이의 1학년 입학 후 첫날 얘기를 하고 싶어.

그날 생각나니?

학교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달렸던 모양인지, 초인종 소리에 대문을 열어보니 헤벌쭉한 얼굴을 턱부터 치켜들고 '엄마가 보고 싶어 막 달려왔다'며 희담이가 서있었어.

엄마도, 세상 처음 간 학교에서 희담이가 어떻게 지낼까 싶어 아침내내 서성였지.

근데 마침내 혼자서 용케 집까지 잘 찾아왔구나 싶어 너무나 반가웠지. 정말이지 눈물이 나올 뻔했다니까.

하지만 희담이 등에는 아침에 메고 나간 가방이 없었어. 제 몸만 죽어라 달려 한달음에 집까지 온거지.

되돌아 가려면 그때 희담이 걸음으로 20분은 족히 걸릴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다시 학교로 되돌려 보낼 수밖에.

'너만 오니? 가방도 데리고 와야지.'

엄마의 한마디에, 놀란 너는 뒤돌아 날아갈 듯 가방을 데리러 학교로 내달렸고.

이봉숙 선생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지.



2004년 12월 25일 토요일 날씨 햇님

일어난 시각: 8시00분 잠드는 시각: 10시 00분


제목: 즐거운 크리스마스

메리크리스마스!

오늘은 크리스마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선물이 있나없나부터 확인했다.

없을 줄 알았는데 이게 왠일인가? 선물이 있는 것이 아닌가!? 양말을 걸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월드뱅크산타가 코리아 9751산타에게 보낸다]고 되어 있었다.

게다가 암호로 된 편지와 선물이었다. 그 선물이 뭐냐면 쉿, 비밀인데 그 선물은 은화와 3천원이다.

그 외에도 엄마 회사 동료들에게서 과자, 다이어리, 머리끈 등을 받았다.

아쉬운게 있다면 엄마가 아팠다는 것이다.


오늘의 착한일: 엄마 도와주기



그때 엄마는


그래, 그날 엄마는 어떻게든 희담이를 기쁘게 해주고싶었지.

좋은 선물을 사 줄 형편은 못되었지만 뭔가 희담이가 '딱 좋아할' 아이디어가 필요했어.

그래서 희담이는 비밀얘기를 좋아하니까 하얀 은박지에 빨간 펜으로 [코리아9751산타]가 보내는 비밀 암호 편지를 썼지(아쉽게도 그 편지는 안보이는구나..). 반짝이는 행운의 은화(2프랑짜리 동전은 여전히 희담이 안경집 푹신한 솜 위에서 잠자고 있구나.)를 동봉해서 지상의 모든 97년 5월 1일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만 선물을 주는 특별산타 이름으로 말이지.

그런데 엄마는 왜 하필 그날 아팠을까.



2004. 12. 30. 월요일 날씨: 해 그림


제목: 즐거운방학, 지겨운방학?(우산이야기)


(참고)

12.30 '즐거운방학,지겨운방학' 일기는 [그림일기 1학년](3)화 '잃어버린 우산'편에 같이 올려져 있습니다.

브런치북 표지 그림도 문제의 그 우산입니다.

그때는 분명 [그때 엄마]가 '옳다'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기억이 '상처가 되지는 않았나' 자신없는 엄마입니다.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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