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1학년](19)

집나간 내 이빨 / 설날 / 우리집

by 초인종

2005. 2. 3. 목 날씨 해그림


일어난 시각 8시 00분 잠드는 시각 10시 00분



제목: 집나간 내 이빨


이 빠진 지 3년이 됐는데 이놈의 이는 언제 나는 거야!? 빨리 좀 나지.

세브란스에서는 1년 6개월이면 날거라 그래놓고.

과연 날 것이냐? 말 것이냐?

그래서 엄마는 거의 매일 내 입을 벌리고 살펴본다.

다음은 엄마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우리 애기 예쁜 이 돌리도!”



그때 엄마는


"아~ 해봐."

물만 먹어도 들여다 보고, 창문 열듯 열었다 닫았다 수도 없이 희담이 입 속을 들여다 보며 걱정했지.

다른 친구들보다 정말 너무 오래도록 이가 날 기미가 안 보였거든.

오죽하면 걷기도 힘든 아빠가 널 데리고 동네 치과도 아닌 그 멀고도 큰 세브란스 병원까지 갔겠니.

지금 충치가 하나도 없는 건 순전히 그때 아빠 정성 덕분이지.




2005. 2. 10. 목 날씨 해그림


일어난 시각 7시 45분 잠드는 시각 10시 00분


제목: 설날


설을 맞아 어제 연희동 할머니댁에 갔다가 오늘 아침에 돌아왔다.

할머니, 큰외숙모, 이모에게 세뱃돈도 다 합쳐 35,000원이나 받았다.

그런데 세뱃돈은 왜 받을까? 엄마는 선물의 의미로 주는 것 같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세뱃돈 대신 다른 것을 주면 어떨까?

예를 들어 인형, 책, 그밖에 학용품 등등….



그때 엄마는


희담이다운, 그래서 어쩌면 엄마 딸다운 생각이야.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아무리 어려도 5000권도 시시해한다잖아.

그럴바에는 엄마같이 그냥 아무것도 안주는게 좋은데..

알아, 그러니 엄마는 T형 꼰대인거.

그래도 엄마와 딸이 생각이 같으니 된거지 뭐.




2005. 3. 2. 수 날씨 눈그림


일어난 시각 6시 43분 잠드는 시각 10시 00분


제목: 우리집


우리 집은 아빠, 엄마, 나로 구성돼 있다.

엄마는 OO회사에 다니고 아빠는 대박(?)을 터트린다면서 집에 있다.

나는 학교만 다닌다.

2월26일에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엄마, 아빠는 부산으로 내려갔다. 4일에 온댔다.

그리고 엄마는 쉬는 날에는 도서관에도 데려가고 맛있는 것도 해준다.

뿐만 아니라 아주 똑똑해서 여느 선생님 못지 않다.



그때 엄마는


"나는 학교만 다닌다."


담백한 자기 소개구나. 아주 멋진 걸!

희담이는 슬픔도 기쁨도 국화빵처럼 탁탁 만들어내는 재주가 있는 거 같아.

아빠를 닮은 점이지. 뭔가 명쾌한 거.

희담이는 할머니 기억이 별로 없지? 아기때 말고는 뵌적도 없어서..

오래 몸이 안좋던 아빠는 그날 소리내서 우셨단다. 희담이처럼 "엄마-, 엄마-"하고 부르면서..


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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