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1학년을 마치며](20)

by 초인종


희담아,
마침내 1학년이 끝났구나.

사실은 희담이가 브런치 작가지.

엄마는 그저 희담이가 남겨둔 시간을 따라왔을 뿐이지.
희담이는 어떤 날이 제일 마음에 남았을까.

엄마는 그 모든 날들로 돌아가고 싶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함께 지내던,

그때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행복했던 그 시절로.


알아,

이건 희담이 어린시절에 대한 그리움이기보다

젊은 날 엄마 자신에 대한 그리움이라는 걸.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엄마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엄마는 공부를 더 해야 했던거 같아.

그래서 꿈이, 살아가는 도구가 될 수 있게.

그랬다면 지금보다는 더 엄마 자신이 맘에 들었을 거야.

지금은 그저 먹을 것, 입을 것과 바꿔버린 시간들이 가끔은 아깝게 느껴져.


하지만 일기속 희담이와 함께 지내던 그 시절을 다시 지나오며 엄마도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었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설레던 날,

깍두기 공책에 글자 하나를 집 한채 짓듯 공들이던 모습,

빠진 이가 쉽게 안 나 발갛던 잇몸을 드러내고 웃던 그 얼굴까지..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엄마는 정말, 얼마나 다시 행복할까.

그런데 문득, 엄마는 이미 정확히 그 시절 한가운데에 와있구나.

조금 슬프지만 행복하고, 충만한 느낌이지.
아빠가 곁에 있고, 희담이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엄마는 이 글을 완성해서 희담이에게 선물로 주고 싶었지.

그러면 엄마가 얼마나 많은 사랑을 주며 키웠는지 알게 될테고,

또 그러면 우리 딸이 많이 감동하겠지 기대하면서.

하지만 희담이 일기를 하루하루 따라가며 엄마는 다른 사실을 알게 되었지.

그때 엄마가 준 사랑보다 희담이가 엄마를 사랑한 마음이 훨씬 더 컸다는 느낌.

아빠는 우리를 보고

'신도가 한 명인 종교'라고 놀렸지.

희담이는 신도, 엄마는 교주.

그래서 엄마는 우쭐하고 많이 행복했지.

고마워.

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