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담장 따라 핀 금낭화, 조용한 봄날의 궁산책

by 트립젠드

고궁 정원 속 피어난 붉은 꽃
계절과 역사가 어우러진 산책
지금만 볼 수 있는 봄의 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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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금낭화)


유난히 사람 기억에 오래 남는 꽃이 있다. 붉은빛을 머금고 아래로 길게 늘어진 독특한 모양. 조용히 피었지만 시선을 끄는, 그 이름도 생소한 ‘금낭화’다.


봄의 끝자락, 서울 도심 속 고궁 창덕궁 후원에서 이 꽃이 고요히 피어오르며 한 송이의 계절을 완성한다.


궁궐 속에서 만나는 ‘며느리주머니’

금낭화는 예로부터 ‘며느리주머니’, ‘등모란’이라 불리며 관상용으로 널리 사랑받아 온 식물이다.


화려한 꽃들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바라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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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금낭화)


주로 숲가나 계곡 근처에서 자라며, 5월이면 특유의 붉은 기운을 머금고 계절의 마지막 봄빛을 피워낸다.


이런 금낭화를 도심 한복판, 그것도 조선 왕실의 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다소 놀랍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창덕궁 후원. 5월이 되면 이곳의 일부 구간에 금낭화가 조용히 피어난다. 정원의 짙은 녹음 사이, 붉은 꽃송이 하나가 남긴 인상은 오래도록 머무른다.


고요한 정원에 깃든 봄의 감성

창덕궁은 1405년 조선 태종에 의해 세워진 궁궐이다.


경복궁의 이궁이자 오랜 시간 실질적 법궁으로 사용되었으며, 임진왜란 후에는 가장 먼저 중건되어 270년 넘게 역대 군왕들의 생활공간으로 기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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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금낭화)


특히 궁궐의 후원은 단순한 정원을 넘어 왕의 휴식처이자 정치와 문화 활동이 펼쳐진 무대였다.


부용지, 애련지, 관람지, 옥류천 등으로 구성된 이 정원은 자연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공간으로 손꼽힌다.


그 중에서도 봄의 끝자락인 5월, 후원의 구석구석에서는 금낭화가 소리 없이 피어난다.


정원과 계절, 그리고 시간이 함께 스며드는 풍경 속에서 금낭화는 봄의 마지막 감정을 전한다.


조용히 다가온 계절의 선물

창덕궁은 2월부터 5월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마지막 입장은 오후 5시에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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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창덕궁 금낭화)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나,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방 후 다음 평일에 쉰다. 전각 관람은 3,000원, 후원 관람은 성인 5,000원, 청소년 2,500원이다.


후원 입장을 원할 경우 전각 관람권과 함께 구입해야 하며, 시간대별 예약제 운영으로 관람이 이뤄진다.


붉은빛 한 송이가 궁궐의 정원 안에 조용히 피어난 순간. 지금이 아니면 다시 오기 어려운 이 계절의 풍경은, 봄날 창덕궁 후원에서 만날 수 있다.


익숙한 장소에서 전혀 낯선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금낭화가 반기는 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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