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경기도 (설봉공원 풍경)
사람마다 좋아하는 여행지가 있다. 어떤 이는 바다를, 또 어떤 이는 산을 좋아한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여행이란, 소란스러운 일상에서 벗어나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는 ‘공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설봉공원은 그런 의미에서 이상적인 목적지다.
복잡한 일정표도, 빠듯한 동선도 필요 없다. 단지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을 느끼고 싶을 때, 설봉공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온전한 쉼표가 되어준다.
호수, 산책길, 조각, 음악, 그리고 조명까지 공원의 다양한 풍경은 마치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만드는 마법처럼 다가온다.
출처: 이천시 (설봉공원 풍경)
설봉공원은 단순한 시민공원을 넘어 다양한 문화행사와 전시가 열리는 이천의 문화 거점이다. 이곳은 2001년 세계 도자기 엑스포 개최지로 널리 알려졌고, 지금도 도자기축제와 쌀문화축제 등 지역 대표 행사가 해마다 이곳에서 열린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중심에 자리한 넓은 호수다. 고요한 수면 위로 햇살이 반짝이는 모습은 걷는 이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호수 주변에는 잔디밭과 산책길이 이어져 있어 가족, 연인, 친구 모두가 함께 즐기기 좋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나는 조각공원은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1998년 조성된 ‘설봉 국제 조각공원’에는 이천 국제 조각 심포지엄을 통해 선보인 다양한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해마다 새로운 조각이 더해지는 이 공간은 보는 재미를 더하며, 호수와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미술관 정원 같다.
낮의 평화로운 풍경이 끝이 아니다. 이천시는 설봉공원의 야간 경관을 위해 다양한 조명을 설치하며 야간 명소로서의 매력도 끌어올렸다.
출처: 이천시 (설봉공원 야경)
호수 주변 1km 산책로에는 라인바 LED가 계절별 색감을 반영하며 은은하게 빛을 더하고, 길목마다 감성적인 힐링 문구가 투영되는 조명도 함께 마련됐다.
공원의 핵심 볼거리 중 하나인 음악분수도 빼놓을 수 없다. 4월부터 10월까지 운영되는 이 분수는 낮과 밤 각각 다른 분위기의 연출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음악과 함께 연동된 물줄기와 조명은 하나의 공연처럼 구성돼 있어 마치 야외 뮤직쇼를 감상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2024년에는 시설 정비가 완료돼 더욱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졌고, 주말에는 하루 최대 6회에 걸쳐 분수 쇼가 진행된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부터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까지 모두가 이 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이유다.
설봉공원은 단순히 걷고 쉬는 공간을 넘어선다. 넉넉한 주차장과 넓은 잔디밭, 누구나 앉아 쉴 수 있는 벤치,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터까지 공원 전반이 여유로움을 고려해 설계되어 있다.
출처: 이천시 (설봉공원 지난 벚꽃 시즌 풍경)
이천시는 최근 들어 설봉공원 내 숨겨진 자연 명소를 연결하는 생태 산책 코스 확장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이다. 공원 전체를 하나의 테마형 쉼터로 구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설봉공원은 이제 이천 시민뿐 아니라 수도권 주민에게도 사랑받는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짧은 드라이브로 도착해 여유롭게 걷고, 낮과 밤 다른 얼굴의 공원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설봉공원은 오늘도 바쁜 도시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 조용한 숨구멍이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