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괴산군 문화관광 (쌍곡구곡 풍경)
“이렇게 조용하고 시원한 곳이 있을 줄은 몰랐다.” 무더운 여름날, 괴산을 찾은 피서객의 말처럼 쌍곡구곡은 자연이 만든 최고의 피서지이자 사색의 공간이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제수리재에 이르는 약 10.5km 구간에 걸쳐 펼쳐진 이 계곡은 괴산 8경 중 하나로, 역사와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명소다.
조선시대 퇴계 이황, 송강 정철 같은 유학자들이 쌍곡의 풍경에 반해 이곳을 자주 찾았다는 기록은, 단순한 절경이 아닌 정신적 공간으로서의 의미도 더한다.
수백 년 전의 지성들이 머물렀던 그 길 위에서, 오늘날의 여행자들도 자연과 함께 숨을 고른다.
쌍곡구곡은 아홉 개의 절경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그 첫 장면은 ‘호롱소’다. 계곡물이 급하게 꺾이며 형성된 소(沼)는 고요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름의 유래는 절벽에 호롱불처럼 생긴 바위에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 한국관광공사, 쌍곡구곡 풍경)
두 번째는 ‘소금강’. 금강산의 절경을 축소해 옮겨 놓은 듯한 이 풍경은 특히 여름철 짙은 녹음과 어우러져 더욱 빼어나다.
이어지는 ‘떡바위’는 시루떡 모양의 바위로, 옛날 기근에도 이 일대에 머무르면 배고픔을 면했다는 전설이 있어 오늘날에도 20여 가구가 이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수암’은 동굴 속 문수보살을 모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바위로, 주변의 노송과 어우러진 모습이 장엄하다. ‘쌍벽’은 계곡 양쪽에 깎아 세운 듯한 두 바위가 마주 보고 서 있어, 자연이 만든 대칭의 미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용소’는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소로, 깊은 물속에서 회오리치는 물길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쌍곡폭포’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자태가 여성적인 느낌을 풍기며, 넓게 퍼지는 물줄기 아래에서 무더위를 잊게 만든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저작권자 한국관광공사, 쌍곡구곡 풍경)
이후 이어지는 ‘선녀탕’은 선녀들이 달빛 아래 목욕하러 내려왔다는 전설이 깃든 장소다. 주변의 풍광이 너무도 고요하고 맑아, 실제로 선녀들이 노닐었을 법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장암(마당바위)’은 너른 반석 위를 흐르는 계곡수가 마당처럼 펼쳐져 있고, 울창한 송림에 둘러싸여 있어 여름에도 시원함을 유지한다.
쌍곡구곡은 자연경관으로도 뛰어나지만, 성리학적 가치와 전통문화가 깃든 장소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출처: 괴산군 문화관광 (쌍곡구곡 풍경)
인근에는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 등 웅장한 산세가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특히 칠보산은 동양화 속 한 장면 같은 풍경으로 등산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괴산의 구곡문화는 단지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는다. 유교문화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은 계곡마다 의미 있는 전설과 유학자의 발자취가 남아 있어, 과거의 철학이 오늘의 여행과 맞닿아 있다.
무더운 여름, 자연이 들려주는 조용한 이야기. 쌍곡구곡은 단순한 휴식처를 넘어 마음까지 씻어주는 공간이다. 절경 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도, 생각도 조용해진다. 그리고 그 고요함 속에서, 오래도록 잊지 못할 여름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