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강원관광 홈페이지 (매봉산 바람의 언덕)
“올여름엔 못 가요. 하지만 꼭 기억해 두세요.” 강원도 태백의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지금 출입이 전면 통제된 상태다.
2025년 6월 20일부터 8월 8일까지, 풍력발전기 공사와 기반시설 확충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셔틀버스 운행도 중단됐고, 진입로마다 차단기가 설치되어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다.
하지만 이 사실은 곧, 이곳이 여름철 인기 명소였다는 걸 방증한다. 그리고 잠시 멈춘 만큼, 다시 열릴 그날엔 더 큰 기대를 품게 된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해발 1286미터에 자리 잡고 있다.
출처: 강원관광 홈페이지 (매봉산 바람의 언덕)
정상에서 산 아래까지 이어진 40만여 평의 배추밭은 한여름이면 초록빛 바다로 변한다. 푸른 물결 위로 솟아 있는 흰 풍력발전기는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어디서도 느끼기 힘든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이 언덕의 시작은 1960년대, 화전민 정착지 조성 사업이었다. 이후 2003년부터 풍력발전기들이 하나둘 설치되며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곳의 바람은 연평균 초속 8.3미터. 강원 산지 특유의 거친 바람은 친환경 에너지 생산의 근간이 되고 있다.
낮에 초록빛이 넘실대는 이 언덕은, 밤이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탁 트인 고랭지 벌판 위, 은하수와 별똥별이 수놓은 밤하늘은 어느 사진가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출처: 강원관광 홈페이지 (매봉산 바람의 언덕)
돗자리를 깔고 누워 올려다보면, 말 없이 수백 년을 달려온 별빛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별을 촬영하러 가는 이들은 밤에 한해 차량 진입이 허용되지만, 반드시 방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바람의 언덕’이란 이름처럼 여름 밤에도 옷깃을 여밀 만큼 바람이 세차다.
다만 이곳은 지역 주민들의 생업 현장이기도 하다. 무단 입장은 물론, 배추밭 훼손 행위나 허가받지 않은 야영과 차박은 금지되어 있다. 자연을 즐기려면 그만큼의 예의와 준비가 필요하다.
태백시는 이번 출입 통제에 대해 “관광객과 시민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출처: 강원관광 홈페이지 (매봉산 바람의 언덕)
공사는 풍력발전기뿐 아니라 노지 스마트팜과 우회도로 개설 등도 포함돼 있으며, 향후 더 나은 관광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기반이다.
한여름이면 셔틀버스를 타고 오르던 그 길, 끝없이 펼쳐졌던 초록 벌판과 그 위의 별빛. 지금은 멀게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장면은 곧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올 것이다.
올해는 갈 수 없지만, 다음 여름 여행지 리스트에 이곳을 올려 두는 건 어떨까. 잠시 멈춘 만큼, 그 설렘은 더 깊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별과 바람,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진 매봉산 바람의 언덕. 그 풍경은 다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