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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의 땅에서 피어난 천국” 강원도 숨은 힐링 산책길

by 트립젠드

분지 속 비밀정원 같은 공원
DMZ 인근에 숨겨진 생태 보물창고
야생화도 보고 체험도 가능한 힐링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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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콘텐츠랩 (저작권자 김수진 여행작가, 양구 해안야생화공원)


“펀치볼 분지에 이런 곳이 있었나?”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 민간인의 출입이 오랫동안 제한됐던 DMZ 접경 지역에 위치한 해안야생화공원이 조용히 주목받고 있다.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땅은 이제, 5억 년 전 지질의 흔적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생명의 터전으로 거듭나고 있다.


넓은 분지에 펼쳐진 이 공원은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별로 피어나는 야생화들로 가득하고, 곳곳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장품 원료의 탄생지가 숨어 있다.


‘펀치볼’이라 불리는 이 지역은 6.25 전쟁 당시 종군기자가 지형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실제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험한 산세 한가운데 그릇을 얹은 듯한 완만한 분지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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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양구 펀치볼 지형)


이 지형은 풍부한 일조량과 바람의 영향을 덜 받는 안정된 기후를 만들어냈고, 수십 년간 민간인 통제선 너머에 있던 덕분에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원시림이 보존됐다.


특히 해안면 일대는 한반도 형성의 역사를 보여주는 선캄브리아기 지층이 드러난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지역이다. 단순한 경치가 아닌, 지질학적 가치까지 겸비한 공간인 셈이다.


야생화가 가득한 8만 평의 정원

해안야생화공원은 이런 천혜의 자연 속에서 조성됐다. 25만㎡, 약 8만 평 규모의 넓은 부지에는 참빗살나무 등 37종의 수목 3만여 본과 눈개승마를 포함한 81종의 초화류 157만 본이 자라고 있다.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은 듯 피어나는 꽃들은 방문객들에게 눈과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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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콘텐츠랩 (저작권자 김수진 여행작가, 양구 해안야생화공원)


꽃이 피어 있는 구역은 채종포단지, 사계절야생화단지, 수생식물지대, 대암산 숲 속 가든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다른 식생과 분위기를 지닌다.


특히 고층습원 생태를 재현한 대암산 숲 속 가든에서는 복자기나 왕벚나무 같은 나무와 산딸나무, 엄나무 등 보기 드문 식물도 만날 수 있다.


이름을 모르는 꽃 앞에는 작은 안내 팻말이 놓여 있어, 꽃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알아가는 즐거움도 더해진다.


원료 체험부터 쉼터까지, 살아있는 힐링 공간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서 공원 곳곳에는 체험과 휴식을 위한 공간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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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콘텐츠랩 (저작권자 김수진 여행작가, 양구 해안야생화공원)


야생화원료체험장에서는 직접 화장품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재배 온실과 연구소를 통해 식물이 생활 속 제품으로 변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다. 꽃의 향기와 촉감을 직접 느껴보는 이 체험은 특히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한편, 드넓은 꽃밭 사이사이에는 쉼터와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갈 수 있다. 바람결에 실려오는 꽃향기를 맡으며 머물다 보면 그 자체로도 작은 명상과 같다.


잘 정비된 산책로와 깨끗한 관리 상태는 방문객들에게 인상 깊은 기억을 남기며, 간간이 무지개를 만들어주는 스프링쿨러의 풍경은 아이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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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콘텐츠랩 (저작권자 김수진 여행작가, 양구 해안야생화공원)


강원도 양구 해안야생화공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분단의 상징이었던 DMZ 접경 지역이 치유와 생명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깊다.


서울에서는 차로 2시간 반, 바쁜 일상 속 자연의 리듬을 되찾기에 충분한 장소다. 꽃이 전해주는 위로를 느끼고 싶다면, 해안야생화공원에서의 산책이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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