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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봄 얼굴들, 태안 천리포수목원에서 목련을 만나다

by 트립젠드

봄날 가장 우아한 꽃이 피는 곳
세계 최다 목련 품종이 한자리에
지금만 만날 수 있는 비공개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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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흔히 봄꽃이라 하면 벚꽃이나 개나리가 먼저 떠오르지만, 누군가의 시선은 목련에 오래 머문다.


하얗고 연분홍빛을 머금은 꽃잎은 바람결에 흔들리며 고요한 품격을 전하고, 분명 짙지 않지만 깊게 스며드는 향기는 어쩐지 마음속 먼지를 털어내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그리고 이 목련이 수백 그루씩 모여 장관을 이루는 곳,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목련 품종을 보유한 천리포수목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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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태안에 자리한 이 수목원은 매년 봄 단 3주간만 특별한 문을 연다. 일반인 출입이 제한돼 있던 비공개 정원들을 개방해 수많은 목련 사이를 산책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제공하는 ‘목련축제’가 그것이다.


올해로 8회를 맞은 축제는 3월 28일부터 4월 20일까지 ‘소복소복 목련산책’을 주제로 열리며, 형형색색 목련 926종이 피어나는 장면을 직접 두 눈으로 담을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의 가장 큰 매력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목련 품종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점이다. 926개 분류군이라는 수치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수목원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식물학적 자산을 의미한다.


이번 축제 기간에는 평소에는 닫혀 있던 목련정원과 산정목련원이 해설사와 동행하는 유료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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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단순히 꽃을 보는 것에서 나아가, 목련의 유래와 생태, 각 품종의 특징을 함께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외에도 밀러가든에서는 단체 관람객을 위한 전용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민병갈기념관 내 갤러리에서는 한국식물화가협회가 준비한 특별 전시가 진행된다.


전시된 식물 세밀화 80여 점은 천리포 목련의 디테일을 그대로 담아낸 작품들로, 자연을 예술로 재해석한 섬세한 손길이 돋보인다.


목련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고유한 존재감을 가진다. 다른 봄꽃들처럼 사람들을 들뜨게 하기보다는, 조용히 바라보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늦추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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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천리포수목원


축제의 소란스러움과는 달리, 천리포의 봄은 차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을 전한다.


봄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그리고 그곳이 단순한 ‘꽃놀이’가 아니라 진짜 자연과 마주하는 장소이길 바란다면, 천리포 목련축제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하다.


벚꽃보다 덜 알려졌지만, 그래서 더 여운이 짙은 꽃. 올해 봄, 품격 있는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이 그곳을 찾을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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