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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적고 풍경 깊은 곳, 진안에서 만난 잔잔한 봄

by 트립젠드

봄이면 호수에 꽃이 핀다
수몰된 마을 위에 피어난 절경
진안에서 만나는 고요한 감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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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용담호 풍경)


진안의 한 주민이 전해준 이 한마디는 여행자의 마음을 붙잡는다. 사람들의 삶이 머물던 자리에 물이 차오르고, 그 위로 다시 봄이 피어났다. 수몰된 기억 위에 피어난 꽃의 장면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처럼 다가온다.


전북 진안의 용담호. 축제는 끝났지만, 이곳의 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용담호는 단순한 인공호수가 아니다. 2001년 대규모 댐 건설로 진안군의 1읍 5면이 물속에 잠기며 탄생한 거대한 담수호다. 금강 상류 물을 전북 전주권까지 공급하는 수자원이면서, 한편으로는 삶의 터전이 사라진 장소이기도 하다.


이 호수 주변에는 여전히 그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다. 특히 ‘망향의 동산’에 오르면 그 의미가 더 깊어진다. 수몰된 마을을 기억하기 위해 조성된 이곳은, 양쪽으로 펼쳐진 물길과 산세가 어우러지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풍경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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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용담호 풍경)


봄이 되면 체련공원과 호숫가 산책로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꽃들이 피어난다. 물 위에 반사된 꽃과 하늘, 산 능선이 한데 어우러져 마치 수묵화 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바로 이 장면을 담기 위해 매년 봄마다 수많은 사진작가와 여행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용담호의 또 다른 매력은 ‘조용함’이다. 상업적인 요소가 거의 없어 오히려 자연 본연의 절경을 오롯이 마주할 수 있다. 도심과 떨어져 있는 덕에 번잡함 없이 풍경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호수 주변으로 잘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잎과 햇살이 투과된 수면이 함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순간이 펼쳐진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향기로운 공기와 함께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잠시 잊고 지냈던 감정들이 조용히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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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용담호 풍경)


용담호는 진안 여행의 출발점으로도 손색없다. 인근에는 마이산과 운일암·반일암 등 잘 알려진 명소들이 자리 잡고 있어, 하루 혹은 주말 단위의 여행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꽃을 보고, 호수를 걷고, 산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시간. 진안이라는 이름이 그리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축제가 끝나고도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이 순간, 사람들의 발길이 덜한 용담호에서 진짜 봄의 고요함을 만날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충분한 공간, 자연이 모든 감각을 채워주는 곳. 진안 용담호는 ‘늦은 봄’을 가장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조용히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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