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한국관광공사 (능파대)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죽왕면 괘진길 65에 위치한 능파대(凌波臺)는 이름부터 특별하다. ‘파도를 능가하는 돌섬’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파도가 바위를 세차게 때리는 장관을 빗대 붙여진 이름으로, 실제 현장에 서면 그 의미를 실감할 수 있다.
원래는 문암해안 앞에 홀로 서 있던 화강암 섬이었으나 오랜 세월 동안 모래가 쌓이면서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陸繫島)가 되었다.
현재는 육계도의 원형을 확인하기 어렵지만, 그 대신 바닷바람과 파도, 소금이 만들어낸 독특한 지형이 방문객을 반긴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능파대)
능파대의 가장 큰 특징은 바위 곳곳에 뚫린 수많은 구멍이다. 에멘탈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도 하고, 벌집처럼 촘촘히 파여 있기도 하다.
어떤 것은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만큼 작고, 어떤 것은 사람이 앉아 쉴 수 있을 정도로 크다. 이 기묘한 구멍들은 바로 ‘타포니(tafoni)’라 불리는 지질 현상으로, 화강암의 절리를 따라 바닷물 속 소금이 침투하고 풍화되면서 수백만 년 동안 조금씩 파여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중생대 쥐라기(약 1억 8천만~1억 2천만 년 전)에 형성된 화강암이 1억 년 넘는 세월 동안 바닷바람과 파도에 깎이며 완성된 자연 조각품이라 할 수 있다.
구멍이 뚫린 바위들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바다를 향해 외치는 얼굴 같기도 하고,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출처 : 한국관광공사 (능파대)
둥근 바위, 구겨진 옷감 같은 추상적인 문양을 닮은 바위도 있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래서인지 지역 주민들은 ‘곰보바위’라 부르기도 하지만, 여행객들은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저마다의 상상을 펼치며 즐거워한다.
능파대의 매력은 바위에만 있지 않다. 바다와 맞닿은 전망대에 오르면 저 멀리 백도 해변과 빨간 등대, 하얀 등대가 푸른 바다와 어울려 그림 같은 풍경을 완성한다
뒤로는 설악산의 울산바위가 우뚝 서 있어 360도 어디를 둘러봐도 탁 트인 절경이 펼쳐진다. 자연의 신비로운 조형미와 바다의 장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인 셈이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능파대)
능파대 일대는 강원평화지역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곳으로, 고성 화진포와 송지호 해안 등과 함께 지질학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지닌다.
이곳에서는 스킨스쿠버와 다이빙을 즐기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으며, 인근에는 캠핑장과 문암항 방파제 낚시터까지 마련돼 있어 바다와 어울린 여가를 만끽할 수 있다.
아직 대중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아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것도 능파대의 장점이다. 파도를 이기고 버틴 바위들이 빚어낸 타포니 군락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자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품으로, 마치 지구 밖 행성에 와 있는 듯한 특별한 체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