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왕국의 흔적을 걷다
출처: 창녕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도심 한복판에 거대한 무덤이 숨어 있다니 놀랍다.”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을 찾은 이들의 첫 반응이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고대 비화가야의 왕과 지배층이 잠든 자리다. 봉긋한 능선이 이어지는 풍경은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장관을 선사한다.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약 1600년 전 조성된 고대 무덤이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불사국, 즉 비사벌국의 중심지 창녕에 자리했고, 1911년 일본 학자 세키노 타다시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교동 고분군에는 왕릉급 대형 무덤이 중심을 이루었다. 주변에 수십 기의 무덤이 모여 있었지만 현재는 8기만 남아 있다.
출처: 창녕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1918년과 1919년 일본인에 의해 발굴된 기록에 따르면, 당시 마차 20대 분량의 토기와 금속 공예품이 쏟아져 나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대부분은 행방이 묘연하고 일부만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 남아 있다.
송현동 고분군은 2002년 이후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이곳에서는 국내 최초로 배 모양의 녹나무 관이 발견되며 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토기 280여 점을 비롯해 장신구, 철기, 목기 등 수백 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금동관, 금귀걸이, 무기류, 농기구 등은 신라 경주 출토품과 유사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창녕의 고분군은 5세기에서 6세기 전반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창녕군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흔히 고분군은 깊은 산속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창녕 도심과 맞닿아 접근성이 뛰어나다.
천태종 창화사 사찰을 지나면 바로 이어지는 길에 고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총 300여 기의 무덤이 4개 구역으로 나뉘어 보존되어 있다. 이 가운데 120여 기는 봉분 형태가 남아 있고, 나머지는 흔적만 확인된다.
구릉을 따라 조성된 탐방로를 걷다 보면 고분의 크기와 형태가 시야를 바꿔가며 나타난다. 길 곳곳에는 대나무와 불두화가 심겨 있어 산책로의 운치를 더한다.
고분군은 언제나 개방되어 있어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입장료가 없으며 창녕박물관 인근에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다만 그늘이 부족하므로 햇볕이 강한 계절에는 모자나 양산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안내판과 탐방로 지도가 설치되어 있어 동선을 따라가며 유적을 이해하기에 적합하다.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2011년 사적으로 지정되었고, 이후 가야 고분군의 일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가야 문화의 독창성과 역사적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고분군에 서면 단순한 무덤이 아닌 또 다른 세계와 마주하는 듯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산 중턱에 펼쳐진 시야는 탁 트이고, 고요한 분위기는 평온함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은 “한 번의 방문만으로는 이곳의 의미를 다 알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창녕의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은 오늘도 묵묵히 16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