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관광공사 (남양주 봉선사, 2024 한국관광 사진기자단(FRAME KOREA 2기) 안영관)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차로 30여 분만 달리면 전혀 다른 풍경이 열린다. 울창한 숲길은 여름 햇살을 가려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바람과 새소리가 어우러져 걷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빛깔로 물드는 자연은 방문객을 맞이하며,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을 잠시 내려놓게 만든다.
서울과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는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은 여행객에게 특별한 여유를 안겨준다. 오래된 역사와 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드는 순간, 도시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체험이 시작된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남양주 봉선사)
경기도 남양주에 자리한 봉선사는 서울에서 차로 30여 분이면 닿을 수 있어 근교 여행지로서 접근성이 뛰어나다.
고려 광종 20년인 서기 969년 법인 국사가 창건하여 ‘운악사’라 불렸으며, 이후 조선 예종 원년인 1469년에는 정희왕후가 세조의 능침을 이산에 모신 뒤 사찰을 다시 세워 ‘봉선사’라 이름했다.
이는 선왕의 명복을 기리기 위한 자복사로서의 의미도 담겨 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남양주 봉선사)
봉선사는 세월 속에서 수차례 전란을 겪으며 불행을 마주했으나, 그때마다 중건과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한국전쟁의 소용돌이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웅장한 면모를 되찾았으며, 1960년대 재건불사를 통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다.
고아하면서도 장중한 사찰의 분위기는 오랜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남양주 봉선사)
봉선사는 단순히 불교문화의 중심지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과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에는 법회가 열리며, 초하루 신중기도법회와 보름 미타지장기도법회가 이어져 신도들에게 신심을 다질 기회를 제공한다.
새벽예불과 사시불공 또한 꾸준히 이어지며 사찰 본연의 전통을 지켜가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봉선사가 전국 15개 사찰음식 특화사찰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이다. 이곳에서는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는 강좌가 마련되어 있으며, 이론과 실습을 병행해 전통의 맛과 철학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출처: 봉선사 (남양주 봉선사 사찰음식 강의 사진)
12주 과정으로 진행되는 강의에서는 명장 스님의 지도 아래 수강생들이 조를 이루어 음식을 만들어 보고, 이를 함께 평가하는 시간을 가진다.
단순한 요리 수업이 아닌, 불교적 가치와 건강한 삶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광릉숲길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는 방문객에게 큰 매력을 선사한다. 사찰음식 체험과 숲길의 청량한 기운이 어우러지며, 몸과 마음이 함께 맑아지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이는 도시의 소음을 벗어나 자연과 호흡하며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남양주 봉선사)
봉선사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축제는 바로 연꽃축제다. 매년 여름 사찰 앞마당에 조성된 천 평에 가까운 연꽃밭이 만개하며 장관을 이룬다.
2003년 시작된 이 축제는 산사의 정취와 더불어 불교문화의 의미를 널리 알리는 자리로 자리매김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청정함을 잃지 않는 불교적 상징성을 지니며, 그 풍경은 방문객의 마음을 자연스레 정화한다.
축제의 마지막 날에는 사찰음식 체험이 열려 연꽃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전통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자연과 음식, 그리고 불교문화가 어우러지는 이 자리는 단순한 행사 그 이상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화합의 장이 된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열리는 법회와 강좌, 숲길을 거니는 시간, 여름을 수놓는 연꽃의 향연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경험을 안겨준다.
봉선사를 방문한다는 것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깊은 숨을 고르고 삶의 균형을 되찾는 여정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