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관광공사 (함양 상림공원)
도심의 소음이 잦아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나무들이 빚어내는 그늘이 긴 쉼표처럼 드리워진다. 바람은 청량하게 가지 사이를 스치며, 햇살은 부드럽게 내려앉아 빛의 결을 만든다.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숲을 물들이는 풍경은 단순한 산책을 넘어선 경험으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모든 풍경을 입장료조차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더욱 특별하다.
누구나 쉽게 찾아갈 수 있고, 마음 놓고 누릴 수 있는 숲, 바로 함양의 상림공원이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면서도 천년의 시간과 계절의 색을 함께 품고 있어, 찾는 이에게는 소중한 휴식과 특별한 경험을 동시에 선사한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함양 상림공원)
경상남도 함양읍 서쪽, 위천 강가에 자리한 상림은 통일신라 진성여왕 시기 최치원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숲으로 알려져 있다.
본래 ‘대관림’이라 불렸던 이 숲은 강물에 의해 일부가 무너져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으며, 오늘날에는 상림만이 그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단순한 숲이 아니라, 선조들의 지혜와 노력이 깃든 호안림으로, 자연을 다스리며 마을과 농경지를 지켜온 옛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공간이다.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마을과 농경지를 보호했던 그 자취는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남아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 숲으로 평가받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함양 상림공원)
상림은 계절마다 다른 빛깔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봄에는 푸른 새순이 솟아오르고, 여름이면 숲의 그늘이 도심 속 피난처가 된다.
가을에는 단풍과 더불어 꽃길이 펼쳐지는데, 특히 황화코스모스와 꽃무릇, 해바라기가 군락을 이루어 걷는 내내 색채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다.
특히 가을철 상림은 ‘꽃의 숲’이라 불릴 만큼 다채롭다. 보라빛 버베나와 사루비아, 금빛 코스모스, 선홍색 꽃무릇까지, 길을 따라 이어진 꽃들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어우러진다.
억새와 팜파스도 가을바람에 흩날리며 은빛 물결을 이루고, 그 부드러운 움직임이 계절의 운치를 한층 더 깊고 풍성하게 만든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함양 상림공원)
상림은 총 면적 21헥타르에 이르는 넓은 규모를 자랑하며, 1.6km의 둑을 따라 120여 종의 나무가 뻗어 있다.
이곳은 단순한 산책로를 넘어 어린이들의 자연 학습장으로도 활용될 만큼 생태적 가치가 풍부하다.
숲 안에는 물레방아, 연못, 음악분수대, 역사 인물을 기리는 비석과 정자까지 마련되어 있어, 한 바퀴 돌며 문화와 자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입장료가 무료라는 점은 상림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연중무휴로, 주차장과 장애인 편의시설, 유모차·휠체어 대여 서비스까지 갖추고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함양 상림공원)
숲 속 오솔길은 가족이 함께 걷기에도, 연인과 나란히 걸으며 담소 나누기에도 적합한 공간이다.
천 년 숲 상림은 과거와 현재,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산책로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은 늘 새로운 인상을 주며, 특히 가을의 꽃길은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긴 여운을 남긴다.
무료로 열려 있는 이 숲에서 걷는 순간, 일상의 무게는 잠시 내려놓고 천년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