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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속 비밀의 숲” 홍릉숲에서 즐기는 가을

by 트립젠드

도심 속에서 만나는 천년 숲
서울이 품은 최초의 수목원
명성황후의 숨결을 따라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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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홍릉숲 수목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성욱)


도시의 빽빽한 건물 사이에서도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품은 숲이 있다. 바람은 나무 사이를 헤집으며 세월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 안을 걷는 이들은 잠시 일상의 소음을 잊는다.


오래전부터 이 땅을 지켜온 나무들은 봄이면 꽃을 터뜨리고 가을이면 붉은 옷으로 갈아입으며 도시민에게 위안을 건넨다.


그러나 이 숲은 단순한 휴식처가 아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목원이라는 특별한 역사를 지닌 장소다.


국내 최초의 수목원, 홍릉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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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홍릉숲 수목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성욱)


서울 동대문구 천장산 자락에 자리한 홍릉숲은 명성황후의 능터와 함께 우리나라 임업 연구의 출발점이 된 곳이다.


1919년 홍릉이 남양주로 옮겨간 뒤, 1922년 이 자리에 임업시험장이 세워지며 국내 최초의 수목원이 탄생했다.


당시 ‘나무 할아버지’라 불리던 김이만과 일본 학자 아사카와 다쿠미가 전국을 돌며 수종을 모아 심은 결과, 오늘날 2천여 종의 식물 유전자원이 이곳에서 보존되고 있다.


숲 속에는 국내 유일의 문배나무 표본목이 자리하고 있으며, 국내 두충나무의 뿌리가 된 ‘부모 나무’, 그리고 다른 곳에서는 찾기 힘든 풍산가문비나무까지 볼 수 있다.


이처럼 홍릉숲은 나무 하나하나가 학문적 가치와 이야기를 품은 ‘살아있는 연구실’이자 ‘역사 박물관’과도 같은 곳이다.


걸으며 만나는 다섯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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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홍릉숲 수목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성욱)


홍릉숲을 찾으면 방문객의 발길을 이끄는 다섯 가지 탐방로가 있다. 정문에서 시작해 왕벚나무 쉼터와 밀레니엄 동산을 지나 걷는 ‘천년의 숲길’은 약 650미터로 15분 남짓이면 완주할 수 있다.


‘황후의 길’은 명성황후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밀레니엄 동산에서 출발해 흥릉터까지 이어지는 500미터의 오솔길은 차분한 기운을 머금고 있어 천천히 음미하기 좋다.


조금 더 긴 여정을 원한다면 흥릉터에서 본관으로 향하는 ‘숲속여행길’을 택하면 된다. 약 700미터의 길은 도심 속에서 숲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구간이다.


또한 산림환경보전연구부에서 조경수원으로 이어지는 900미터의 ‘천장마루길’, 정문에서 본관을 지나 약초원 쉼터로 향하는 ‘문배나무길’도 놓칠 수 없다.


시민에게 열린 자연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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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홍릉숲 수목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성욱)


현재 홍릉숲의 면적은 약 41.8헥타르다.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목원, 초본식물원 등이 체계적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새와 곤충의 서식처로서 생물 다양성도 풍부하다.


2014년에는 그 가치가 인정되어 ‘산림문화자산 1호’로 지정되었다. 평일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숲해설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유치원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생태학습을 위해 찾으며,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숲의 가치를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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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홍릉숲 수목원, 저작권자명 여행노트 김성욱)


주말에는 예약 없이 입장이 가능해 가족 단위 방문객과 도심 속 나들이를 원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은 무료로 개방되며, 휠체어도 주 출입구를 통해 접근이 가능해 무장애 숲길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다.


다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서울 속의 천년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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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홍릉숲 수목원)


홍릉숲은 단순히 산책로를 제공하는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나무가 뿌리내린 시간의 흔적, 우리나라 임업 연구의 시작점이라는 역사적 배경, 그리고 명성황후의 능터가 품은 상징성까지 함께 담겨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깊이 있는 자연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된다.


가을빛이 완연히 물드는 계절, 홍릉숲을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나들이를 넘어 한 세기 넘게 이어져온 자연과 역사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일이다.


도심 속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깊은 숲의 숨결이자, 세월의 흔적과 역사가 어우러진 특별한 자연의 품이 바로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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