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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숲길 따라 걷는 시간 여행, 공주 마곡사 단풍길

by 트립젠드

단풍빛 물든 산사, 고요한 시간 여행
역사와 건축, 두 얼굴의 가을 사찰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가을 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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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 마곡사)


가을이면 유명 관광지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진짜 매력은 오히려 조용한 산사에서 드러난다. 붉게 물든 단풍 아래 전통 건축이 어우러진 풍경은 도시에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장면이다.


종교와 상관없이 누구나 찾을 수 있는 사찰은 단순한 신앙 공간을 넘어,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이 한데 모인 살아 있는 박물관과 같다. 가을이 더 깊어질수록 그 가치는 배가된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태화산 자락에 위치한 마곡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 9세기에 중창된 선종 중심 사찰이다.


계곡을 따라 남원과 북원이 나뉘는 독특한 가람 배치를 지니고 있으며, 북원에는 주불전인 대광보전과 오층석탑, 남원에는 영산전과 수행 공간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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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 마곡사)


임진왜란 당시 승군 거점으로 훼손됐지만, 18세기에 재건되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사찰 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과 대광보전이 대표적이다. 대웅보전은 석가모니불과 함께 약사여래, 아미타불을 협시보살로 모신 목조건축으로, 조선 중기의 다포 양식과 팔작지붕 구조를 지녔다.


내부는 널찍한 마루와 아치형 천장이 어우러져 개방감을 준다. 대광보전은 정면 5칸, 측면 3칸 규모의 법당으로, 화려한 조각과 닫집 장식이 불단의 장엄함을 배가한다.


마곡사는 건축과 불교미술뿐 아니라 근현대사의 중요한 무대이기도 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독립운동 과정에서 일본군 장교를 처단한 뒤 몸을 숨겼던 곳이 바로 이곳의 백련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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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 마곡사)


그는 출가해 ‘원종’이라는 법명을 얻었고, 광복 후 다시 마곡사를 찾아 향나무를 직접 심었다. 지금도 그 나무는 대광보전과 응진전 사이에 살아 있다.


또한 이곳은 화승의 전통을 계승한 불모다례제를 이어오며 한국 불교회화의 맥을 지켜왔다. 금호, 보응, 일섭으로 이어지는 화승 계보는 마곡사의 문화적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마곡사는 조선 후기 건축미와 문화재, 그리고 천년의 이야기를 품은 산사다. 가을 단풍과 함께하면 그 매력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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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남 공주 마곡사)


산행이 부담스러운 이들에게도 완만한 동선과 조용한 분위기가 적합하다. 입장료는 없으며 연중 개방돼 누구나 자유롭게 찾을 수 있다.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 단풍빛 고찰에서 걷는 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시간 여행을 경험하게 된다. 올가을, 이색 역사명소 마곡사에서 천년의 숨결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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