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인제 설악산 백담사 가을 풍경)
낙엽이 물드는 계절, 산자락마다 붉은 빛이 번지는 순간이면 사람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북쪽으로 향한다.
흩날리는 이파리 너머로 들려오는 물소리와 은은한 풍경 소리, 그 안에서 마음이 잠시 머문다. 도심의 속도를 잠시 내려두고 고요함 속으로 스며드는 길의 끝에는 한 사찰이 있다.
그곳은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가는 듯 고요하고, 계곡물이 천천히 흐르며 단풍잎을 실어 나르는 곳이다. 이 가을, 그 길의 끝에서 만나는 백담사 이야기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인제 설악산 백담사 가을 풍경)
백담사는 내설악의 가야동 계곡 위에 자리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신라 진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며, 한때 ‘한계사’라 불렸으나 대청봉에서 절까지 백 개의 웅덩이가 있다 하여 ‘백담사’라 이름 붙여졌다.
수차례의 화재로 흔적이 사라졌다가 1957년 다시 재건되어 지금의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찰로 향하는 길은 설악산의 비경을 품은 계곡과 맞닿아 있다.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15분 남짓 올라가면 창밖으로 펼쳐지는 백담계곡의 물빛이 눈을 맑게 한다.
버스가 굽이진 길을 돌 때마다 울창한 숲과 투명한 계류가 번갈아 나타나 여행의 서두부터 마음을 씻어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인제 설악산 백담사 가을 풍경)
백담사는 내설악의 대표 사찰로 봉정암과 오세암 등 여러 암자를 거느리고 있다.
경내에는 극락보전과 나한전, 산령각, 법화실, 화엄실 등이 있으며, 만해 한용운 선사의 사상을 기리는 만해기념관과 교육관도 자리한다.
특히 극락보전 안에 모셔진 목조아미타불좌상은 조선 영조 24년에 조성된 보물로, 18세기 불상의 정수를 보여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인제 설악산 백담사 가을 풍경)
사찰 앞 계곡으로 발길을 옮기면 돌탑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여행객들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하나씩 쌓은 돌무더기들이 마치 인간의 염원을 상징하듯 서 있다.
비가 내린 날이면 계곡물의 잔잔한 흐름과 돌탑 사이로 이는 물안개가 어우러져 신비로운 풍경을 만든다.
방문객들은 조심스레 작은 돌 하나를 얹으며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빌고, 그 마음이 계곡 바람에 실려 퍼져나간다.
이곳은 템플스테이로도 유명하다. 고요한 산중의 새벽, 종소리와 함께 마주하는 백담사의 풍경은 도시에서 잊고 지내던 평온을 되찾게 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인제 설악산 백담사 가을 풍경)
백담사로 향하는 길은 단풍철이면 그야말로 자연이 만든 색의 향연이 펼쳐진다. 붉은 단풍과 황금빛 은행잎이 어우러진 계곡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산 전체가 한 폭의 수묵화처럼 느껴진다.
체력이 된다면 버스 대신 도보로 오르는 것도 좋다. 약 두 시간이 소요되지만, 길 곳곳에서 마주하는 단풍과 계류의 풍경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비가 내리는 날엔 운해가 피어올라 산과 사찰이 한데 섞인 듯한 몽환적인 장면이 펼쳐진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백담사의 기와지붕은 선명하게 빛나고, 극락보전 앞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차분한 마음이 깃든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인제 설악산 백담사 가을 풍경)
백담사는 입장료가 없는 사찰이다.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고, 사계절 내내 문이 열려 있다. 주차장과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오를 수 있다.
특히 가을철에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단풍 산책로로 손꼽힌다. 국립공원 설악산의 한자락에 자리한 백담사는 198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자연이 보존된 숲과 청정한 물, 그리고 천년 고찰이 어우러진 이곳은 그 자체로 하나의 풍경화다.
단풍의 끝자락이 아쉬운 계절, 백담사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바람 한 줄기에도 마음이 고요해진다. 입장료 한 푼 들지 않아도, 그 길 위에 머무는 시간만으로 이미 충분한 위로를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