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평창 오대산 월정사)
가을이 깊어질수록 산사는 더욱 고요해진다. 바람이 전해주는 낙엽의 향기 속에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 붉은 잎 사이로 세월의 숨결이 묻어난다.
소란스러운 세상과 잠시 거리를 두고 싶은 이들에게 이곳은 마음의 휴식처가 되어준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몸의 긴장이 풀리고, 눈앞의 풍경이 마음의 여백을 채워준다.
그렇게 고요한 숲길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붉은 단풍은 그 어떤 말보다 깊은 위안을 전해준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평창 오대산 월정사)
강원 평창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사찰로 향하는 길 초입에는 일주문을 지나 금강교까지 이어지는 약 1km의 전나무숲길이 펼쳐져 있다.
수령 100년이 넘는 전나무 1,700여 그루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으며, 사계절 내내 맑은 공기와 숲의 향기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가을이면 이 숲길은 붉은 단풍과 초록 전나무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많은 이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체험을 즐긴다.
땅의 온기를 그대로 느끼며 걷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 방문객은 “맨발로 걸을 때 발바닥에 닿는 흙의 감촉이 참 좋았다”고 전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평창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
울긋불긋한 단풍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사찰의 전각들은 세월의 무게를 품고 있다. 국보인 팔각 9층석탑과 석조보살좌상, 목조문수동자좌상 등 수많은 문화재가 이곳의 오랜 역사를 증명한다.
전각을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주변의 고요함이 내면까지 스며든다.
월정사 안에는 단풍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찻집 ‘청류다원’이 있다. 유리창 너머로 붉게 물든 나무들이 펼쳐지고, 따뜻한 차향이 공간을 채운다.
차 한 모금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와 바람소리는 그 자체로 명상처럼 느껴진다. 단풍과 차, 그리고 고요한 산사의 분위기가 하나로 어우러지며 가을의 정취를 완성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평창 오대산 월정사)
월정사는 연중무휴로 상시 개방되어 있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봄에는 새싹이 돋고, 여름엔 짙은 녹음이 숲을 감싸며, 겨울에는 하얀 눈이 전나무 위에 내려앉는다.
계절의 변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이곳은 언제 찾아도 새로운 감동을 선사한다.
사찰에서는 휴식형과 체험형으로 나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며, 명상과 요가를 결합한 ‘선명상요가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마음을 다스리고 싶은 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장소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강원 평창 오대산 월정사)
또한 오대산 자연명상마을 ‘옴뷔(OMV)’에서는 숙박과 명상 체험이 가능한데, 숲길과 정원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진정한 쉼을 선물한다.
주차장과 화장실, 유모차 및 휠체어 대여 서비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전나무숲길을 따라 천천히 걷고, 단풍 아래서 차 한 잔을 즐기며, 고찰의 고요함을 느껴보는 여행. 그것만으로도 일상 속 피로가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붉게 물든 단풍이 빛을 잃기 전, 마음을 내려놓고 걸어보길 권한다. 천년 숲길이 전해주는 그 평온함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