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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석종사, 깊어가는 가을빛 따라 걷는 단풍 순례길

by 트립젠드

충주의 고즈넉한 산사 여행
천년의 숨결, 금봉산의 단풍길
마음이 머무는 수행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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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북 충주 석종사 가을 단풍 풍경)


늦가을 햇살이 산자락을 타고 내려앉는 오후, 붉고 노란 빛이 바람에 흔들리며 천천히 땅으로 내려앉는다.


금봉산 기슭의 고요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세월의 결이 느껴지는 전각들이 하나둘 눈앞에 드러난다.


바람 소리마저 수행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이곳은 일상의 소음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공간이다.

그리 높지 않은 산세와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은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천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이곳의 이야기는 지금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천년 고찰, 다시 피어난 사찰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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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북 충주 석종사)


충주시 외곽 금봉산 자락에 자리한 석종사는 대한불교조계종에 속한 사찰이다. 정면 5칸의 대웅전과 오화각, 범종각을 비롯해 선방과 수련원 등 여러 전각이 단정히 배치되어 있다.


재가자와 출가자가 함께 수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되며, 템플스테이를 통해 일반인도 수행과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곳의 시작은 신라 말, 고려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태육성과 북극성이 한눈에 보이는 명당으로 전해지며, 예로부터 기도의 도량으로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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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북 충주 석종사)


그러나 조선 후기 억불정책의 여파로 한때 사찰이 헐려 충주목사의 청령헌 건물 재료로 사용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오랜 세월 폐허로 남았던 터에는 5층 석탑만이 외롭게 남아 자리를 지켰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완전히 폐사되었던 이곳에 다시 불씨를 지핀 이는 혜국선사였다. 그는 25여 년 전, 800평의 과수원을 매입하며 사찰 복원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이후 오랜 정성과 불사 끝에 오늘날 약 10만 평의 터를 갖춘 대가람으로 거듭났다. 대웅전, 선원, 회명당, 감로각 등 18개 동의 건물이 중창되어 근대 사찰 중에서도 조형미와 문화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을, 금봉산의 단풍이 물드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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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북 충주 석종사)


석종사가 ‘충주의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이유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풍경이 대신 설명한다. 가을의 초입, 붉게 타오르는 단풍이 경내를 덮기 시작하면 사찰은 고요한 붉은빛에 잠긴다.


오래된 전각의 검은 기와와 금빛 단풍잎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산수화를 완성한다. 경내로 들어서는 순간, 화려함보다 단정함이 먼저 마음을 채운다.


금봉산을 따라 이어진 길은 경사가 완만해 걷기에 부담이 없다. 천천히 발을 옮기며 산바람에 실린 향 냄새를 맡다 보면, 어느새 도시의 분주함은 희미해지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늦가을 단풍철이면 사진가들이 찾는 명소로도 알려져 있지만, 조용히 풍경을 즐기려는 여행자들에게도 충분히 여유로운 공간이다.


수행과 쉼, 두 길이 만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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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충북 충주 석종사)


석종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수행과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불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와 불교대학을 통해 명상과 수행의 길을 열고 있다. 동안거와 하안거 때는 약 130명의 수행자가 정진에 몰입한다.

입장료가 없고, 연중무휴로 개방되어 있어 언제든 조용히 들를 수 있다. 충주 시내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으며, 넉넉한 주차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석종사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에 가장 빛나지만,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간직한다. 천년 세월을 품은 전각과 맑은 공기, 그리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고요한 풍경 속에서 나뭇잎 한 장이 천천히 떨어질 때, 세상의 소란이 잠시 멈춘 듯하다. 그 순간, 마음속에도 단풍 한 잎이 물드는 듯한 평안이 깃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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