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서서울호수공원)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오후, 회색빛 도시의 공기 사이로 한줄기 바람이 청량하게 스친다.
도심의 소음이 잠시 멎는 듯한 이곳에서는 나무 잎새가 부딪히는 소리와 잔잔한 물결이 귓가를 채운다. 걷다 보면, 오래된 기억과 새로움이 맞닿는 풍경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흙냄새와 바람, 그리고 물의 흐름이 어우러진 이 공원은 도시인에게 잠시 숨을 고를 시간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서서울호수공원)
서서울호수공원은 양천구 신월동의 옛 신월정수장을 재생해 2009년 10월 문을 연 친환경 공원이다.
‘물’과 ‘재생’을 주제로 한 이곳은 1959년 김포정수장으로 시작된 공간이 반세기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상징적인 장소다.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면서 새롭게 조성된 이 공원은 부천시와 맞닿은 능골산 숲과 산책로를 정비해 서남권 최대 규모의 도심 속 호수공원으로 거듭났다.
217,946㎡에 달하는 넓은 부지 안에는 중앙호수를 중심으로 열린풀밭, 재생정원, 문화데크광장, 몬드리안정원 등 다채로운 공간이 조화를 이룬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서서울호수공원)
옛 정수장의 구조물을 일부 남겨 과거의 흔적을 기억하게 하고, 그 위로 자연이 자라나며 새로운 생명력을 더한다.
이곳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시간의 변화를 품은 생태공간’으로서 서울의 재생 철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열린풀밭은 이름처럼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100인의 식탁 뒤편에 자리한 이 잔디밭은 탁 트인 시야와 간결한 조경 덕분에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다.
느티나무와 이팝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중앙에는 과거 정수장의 상수관을 재해석한 조형물이 서 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서서울호수공원)
서서울호수공원의 중심부에는 약 1만9천㎡ 규모의 중앙호수가 있다. 수련과 갈대,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물가를 따라 걸으면, 잉어와 붕어가 헤엄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호수를 감싸는 산책로는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객도 편히 이동할 수 있다.
호수 위에는 비행기 소리에 반응해 작동하는 소리분수가 자리한다. 80데시벨의 항공기 소음을 감지하면 물줄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며 도시 속 자연의 리듬을 그려낸다.
여름철과 가을에는 물소리와 함께 펼쳐지는 분수의 장관이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서서울호수공원)
문화데크광장은 공원의 중심적인 문화 공간이다. 미루나무 그늘 아래에서 공연이나 시민행사가 열리며, 맑은 날에는 북한산의 윤곽이 희미하게 보인다.
산책 중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벤치와 나무데크가 있어 휴식과 감상의 균형을 느낄 수 있다. 낙우송 전망대에서는 호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저녁 무렵이면 노을빛이 물 위에 반사되어 장관을 이룬다.
몬드리안정원은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네덜란드 화가 몬드리안의 추상 회화에서 영감을 받아 수직과 수평이 교차하는 형태로 설계되었다.
침전조를 남겨 과거의 정수장 구조를 보여주며, 주변에는 화단과 수로가 이어져 있다.
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 서서울호수공원)
서서울호수공원은 ‘모두를 위한 공원’이라는 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주출입구에는 턱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으며, 장애인 전용 화장실과 점자블록이 주요 구역에 설치되어 있다.
무엇보다 상시 개방되는 이곳은 입장료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다.
지역 주민들의 평가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한 시민은 “예전엔 정수장이던 공간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며, 산책과 운동을 겸할 수 있는 최고의 공원”이라고 말했다.
도심의 속도를 잠시 내려놓고 싶을 때, 서서울호수공원은 그 해답이 된다. 물이 흐르고, 바람이 머물며, 사람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이곳에서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