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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만든 기묘한 곡선미, 회룡포 마을의 특별한 조망

by 트립젠드

잔잔한 강이 빚은 고요한 풍경
물돌이 마을에서 찾는 여유
한적함이 머무는 예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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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예천 회룡포 물돌이 마을)


강가에 스민 아침빛이 느리게 번져가며 낯선 호기심을 이끈다. 물결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흐르지만, 그 안에 숨긴 이야기는 곡선을 따라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이 스치는 순간마다 물살은 은근한 떨림을 품고, 그 잔향이 주변 풍경에 부드럽게 얹힌다. 오래 머물지 않아도 마음이 들썩이는 이유는 이곳만의 특별한 흐름 때문이다.


발걸음을 멈추면 비로소 마을이 품은 고요가 바람처럼 스며들어 오며, 눈앞의 풍경이 천천히 깊이를 드러내는 곳이다.


물길이 그린 거대한 곡선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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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예천 회룡포 물돌이 마을)


예천 용문면 대은리의 회룡포는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몸을 틀어 둥글게 휘돌며 만든 자연의 무대다. 강줄기는 한 번에 방향을 돌리지 않고, 마을을 감싸듯 원을 그리며 다시 상류로 향한다.


이 독특한 회귀 흐름 덕분에 예천 8경 중 하나로 손꼽히며, 그 풍경을 온전히 보려면 향석리 장안사로 오르는 길이 가장 명확하다.


장안사 앞에 세워진 회룡대에서는 물도리 형태로 휘어진 내성천과 그 안쪽의 마을이 섬처럼 한눈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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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경북 예천 회룡포 물돌이 마을)


이 장면은 자연이 스스로 만들어낸 거대한 지형의 서사로, 곡선마다 시간이 쌓인 듯한 인상을 준다.

마을로 내려오면 분위기는 훨씬 조용해진다. 회룡포마을에는 도시로 떠난 이들이 많아 몇 가구만 남아 있어, 한 바퀴 도는 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길을 따라 걸으면 강가 특유의 맑은 공기와 함께 시골 마을이 간직해온 정온함이 느리게 배어든다.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이 절제된 고요가 오히려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뿅뿅다리가 전하는 마을의 첫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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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예천 회룡포 물돌이 마을)


마을로 향하는 관문은 이름만 들어도 궁금증이 이는 뿅뿅다리다. 공사 현장에서 쓰는 구멍 구조물을 이어 만든 다리로, 물이 많을 때는 그 사이로 물줄기가 솟아오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한때 임시로 놓았던 구조물이었으나, 이 독특한 다리는 어느새 회룡포의 상징이 되어 계속 남게 되었다.


지금은 반대편에 차량이 지날 수 있는 다리가 따로 있어 두 다리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마을과 외부를 잇는다.

다리를 건너면 작은 텃밭과 소박한 길이 이어지며 산책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계절에 따라 마을 초입에는 꽃을 가꿔둔 모습을 볼 수 있어, 방문객에게 부드러운 첫인사를 건넨다.


아침 이른 시간에는 물안개가 얇은 장막처럼 피어올라 더욱 아련한 분위기를 만들며, 이곳이 왜 조용한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지 보여준다.


예천 8경이 이어주는 주변의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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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예천 회룡포 전망대)


회룡포를 둘러본 뒤에는 비룡산 자락의 장안사까지 가볍게 이동해보는 여정이 자연스럽다.


장안사에서는 강의 곡선과 마을이 어우러진 전경을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어, 앞서 본 풍경과 또 다른 울림을 준다.


원산성, 용문사, 석송령으로 이어지는 주변 명소도 가까워 여행 동선을 넓히기 좋다.

또한 회룡포에서 삼강주막까지 이어지는 강변길은 자연과 걷기가 어우러진 구간으로, 전국에서 보기 좋은 녹색길로 선정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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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관광공사 (경북 예천 회룡포 전망대)


물길과 숲이 함께 이어지는 이 길은 빠른 속도보다 천천히 흐르는 시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적합하다. 여유롭게 걷다 보면 회룡포가 가진 한적함이 주변 풍경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는 느낌을 준다.


회룡포는 크지 않은 마을이지만, 물이 빚어낸 곡선과 그 안에 자리한 삶의 흔적이 오래 머무는 인상을 남긴다.


예천 8경이 지닌 자연의 가치와 함께, 고요한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이곳은 조용히 빛나는 선택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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