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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에 덮인 산사와 단풍길, 내장산의 겨울 풍경을 걷다

by 트립젠드

겨울빛 머금은 내장산 풍경
눈꽃으로 피어나는 산사의 고요
계절이 남긴 흔적 따라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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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정읍 내장산 겨울 눈 내린 풍경)


눈이 낮게 내려앉은 산줄기를 바라보면 겨울의 결이 한층 또렷해진다. 가지마다 하얗게 맺힌 눈송이는 마른 숨결 위에 조용히 쌓이고, 길은 사람의 발자국을 기다리듯 잠잠하다.


산 아래서는 찬 공기가 서서히 고도를 따라 흐르고, 그 속에서 오래된 사찰의 지붕도 말없이 계절을 맞이한다.


그렇게 겨울의 정취가 스며든 풍경 속에서 이곳이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걸음을 옮길수록 조금씩 드러난다.


겨울의 길목에서 마주한 설경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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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정읍 내장산 겨울 눈 내린 풍경)


정읍 시내에서 떨어진 내장산은 예부터 ‘산속에 숨겨진 것이 끝이 없다’는 뜻을 품어온 곳이다. 가을 단풍으로 이름난 산이지만 겨울이 되면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내며 여행객의 발걸음을 머물게 한다.


국립공원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서는 제설이 잘 이뤄져 겨울에도 큰 불편 없이 이동이 가능하며, 차량은 아침부터 이른 저녁까지 내장사 가까이까지 접근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주차비와 입장료 부담이 없어 더욱 가볍게 방문할 수 있다. 추령 고개를 넘어오는 길에서는 눈발이 만든 곡선이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고, 잠시 차를 세우면 고요 속에 선 설경이 넓게 펼쳐진다.


단풍으로 붉게 물들던 길은 눈꽃으로 화사하게 변해 걷는 이들에게 겨울맞이 산책로가 된다. 산책로의 인도는 눈이 깊게 쌓여 이동이 더딜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차도를 따라 걷곤 한다.


단풍 터널과 우화정이 만들어낸 겨울의 정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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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정읍 내장산 겨울 눈 내린 풍경)


가을에 절정의 색을 이루던 단풍 터널은 한겨울이 되면 하얀 가지들이 서로 얽혀 눈꽃 터널로 변모한다.


차량 안에서 바라본 풍경만으로도 한 장의 겨울 엽서처럼 고요하고, 주차 후 걸어오르는 길에서는 발밑으로 서걱이는 눈 소리가 은근히 귓가를 채운다.


이 길 끝에서 만나게 되는 우화정은 잔잔한 호수 위에 서서히 겨울빛을 받아내며 또 다른 풍경을 제공한다. 호수 주변을 감싼 산줄기 역시 순백의 옷을 입은 듯 담백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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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정읍 내장산 우화정 겨울 눈 내린 풍경)


오전부터 오후까지 운영하는 케이블카는 겨울 설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이지만, 방문 시기나 상황에 따라 조기 운행 종료가 있을 수 있어 현장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바라보는 서래봉은 눈과 얼음이 겹겹이 쌓여 산세의 윤곽이 더욱 선명하게 살아난다.


계곡에는 곳곳에 얼음층이 자리하지만 흐르는 물길이 남아 있어 계절의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려준다.


고찰의 시간 속에서 마주한 겨울 내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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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정읍 내장산 내장사 겨울 눈 내린 풍경)


내장사 일대는 눈이 쌓이면 더욱 조용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띤다. 고즈넉한 산사로 들어서는 길은 제설이 되지 않은 구간이 많아 자연 그대로의 눈길을 걸어야 한다.


오랜 세월 이어온 절집의 지붕에도 하얀 눈이 고르게 내려앉아 주변 풍경과 한층 부드럽게 어우러진다.

내장사는 7세기 영은조사가 창건한 뒤, ‘산 안에 귀한 보물이 많다’는 뜻에 따라 이름이 바뀌어 오늘에 이르렀다.


절 입구에는 작은 출입구가 있어 탐방객들이 다양한 동선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원적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주변 풍경은 겨울의 고요함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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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정읍 내장산 내장사 겨울 눈 내린 풍경)


눈이 많은 해에는 무릎까지 빠질 정도로 적설이 쌓인 구간도 있어, 일부 지역은 출입이 어려울 수 있다.

대웅전은 안타까운 화재로 사라져 복원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으나, 절 내부의 다른 전각들이 그 빈자리를 대신하며 사찰의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동자승 조형물에 쌓인 눈은 특유의 앙증맞은 모습으로 탐방객의 발길을 멈추게 하고, 사찰 곳곳에서는 겨울이 빚어낸 정적과 풍경이 어우러져 차분한 여정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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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전북 정읍 내장산 겨울 눈 내린 풍경)


눈꽃으로 피어난 산길을 따라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길, 겨울 내장산은 끝내 한 계절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깊은 눈 속에서 만난 이 풍경은 잠시 머물러도 오래 기억되는 정취를 선사하며, 시니어 여행객에게도 무리 없는 동선과 여유로운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겨울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이 계절만의 고요와 설경이 살아 있는 내장산이 만족스러운 여정을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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