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벚꽃은 다 졌다”는 말이 들리는 지금, 고요한 어느 산사의 봄은 이제 막 시작이다. 연분홍보다 더 짙고, 단아함보다는 풍성한 화려함을 지닌 겹벚꽃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짧고도 눈부신 개화의 절정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는 그곳. **충남 공주 장군산 자락의 ‘영평사’**다.
불교의 수행처로 깊은 역사를 품은 이 절은, 봄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겹벚꽃으로 매년 4월 말 특별한 풍경을 선사한다.
영평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6교구 마곡사의 말사이자, 대한민국 전통사찰 제78호로 지정된 수행 도량이다. 장군산 동쪽 자락, 일명 ‘해 뜨는 마을’로 불리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 햇살 좋은 날이면 사찰 전체가 은은한 빛으로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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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4월 말이면 겹겹이 쌓인 꽃잎이 흐드러지게 만개하며 경내를 감싼다. 이미 봄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이 시점에, 영평사에서는 오히려 진짜 봄의 정수가 시작된다.
화려하게 피어오른 겹벚꽃과 고즈넉한 산사의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마치 시간을 멈춘 듯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봄날의 절정에서 만나는 이 순간은 화려함보다도 깊이 있는 감동을 남긴다. 한 송이 꽃보다, 그 꽃이 피어나는 풍경 전체가 기억에 남는 그런 봄이다.
영평사는 공주시 장기면 산학리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경부고속도로 청주 IC에서는 약 30분, 대전당진고속도로 동공주 IC에서는 10분, 호남고속도로 유성 IC에서는 20분이면 도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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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봄은 겹벚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진달래, 철쭉, 금낭화, 하늘매발톱, 제비꽃, 창포꽃, 패랭이꽃 등 수많은 야생화들이 사찰 주변을 채우며, 걸음을 멈추게 한다.
여름에는 수국과 백련이, 가을에는 구절초로 알려진 선모화가 이어 피어나는 사계절 꽃길의 명소이기도 하다.
또한 매년 10월이면 산사음악회, 주말 문화공연, 전시회, 시 낭송회, 우리 차 시음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려 문화와 예술의 향기도 머물게 한다. 봄의 끝을 닮은 이 겹벚꽃처럼, 영평사는 계절의 경계에서 매번 특별한 정취를 품는다.
겹벚꽃은 다른 벚꽃보다 늦게 피고, 더 짧게 머문다.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다. 이미 벚꽃이 졌다고 생각할 때, 영평사에서는 마치 다시 시작되는 듯한 봄이 기다리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찰의 고요함, 자연의 색감,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겹벚꽃잎. 이 모든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4월의 끝자락. 벚꽃 시즌의 비밀 후반전이 시작되는 지금, 진짜 봄은 이곳에서 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