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무궁화 수목원
눈부신 햇살 아래, 나무 가지마다 하얗게 피어난 배꽃이 바람에 흔들리며 꽃비를 흩날린다.
누구나 벚꽃만을 떠올리는 봄날, 충남 보령에서는 또 다른 하얀 봄이 시작되고 있다. 다음 주면 절정을 맞는다는 이 장면은, 벚꽃 대신 배꽃이 주인공인 ‘무궁화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다.
보령시 성주산 자락에 자리 잡은 무궁화수목원은 이름처럼 우리 꽃 무궁화를 중심으로 꾸며진 공간이다. 하지만 봄철이면 그 풍경은 무궁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출처: 보령시
3월 말부터 피기 시작한 개나리와 수선화, 그리고 조금 늦게 핀 동백꽃과 조팝나무까지 다채로운 꽃들이 어우러져 수목원을 화사하게 수놓는다.
특히 4월 중순이 되면 배꽃이 절정을 이루며 170미터 길이의 ‘꽃터널’을 형성한다.
조팝나무와 어우러진 이 터널은 눈처럼 흩날리는 하얀 꽃잎 덕분에 걷기만 해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화려함보다 수수한 아름다움이 인상적인 이 길은, 여느 벚꽃길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수목원 곳곳에서는 노란 수선화와 진한 개나리빛이 배꽃과 어우러지며 색감의 조화를 이루고, 봄 햇살과 함께 고요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수목원의 위쪽에는 ‘숲 하늘길’이라는 전망대가 있다. 이곳에서는 아래로 펼쳐진 꽃밭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장면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자연이 만든 조화를 감탄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출처: 보령시
무궁화수목원은 단순한 관람지를 넘어 체험과 교육의 공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목재문화체험장에서는 직접 나무로 책상 소품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아이들을 위한 숲속놀이터와 생태연못도 갖춰져 있다.
편백숲 피크닉장에서는 돗자리를 펴고 도시의 소음을 잠시 잊은 채 쉬어갈 수 있는 여유도 누릴 수 있다.
무궁화수목원은 넓이만 24헥타르에 이른다. 이 안에 교목, 관목, 초본류 등 약 1,100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봄꽃 시즌 이후에도 여름철 무궁화 개화, 가을 단풍, 겨울 설경까지 사계절 내내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보령시 관계자는 “무궁화수목원은 복잡한 벚꽃 명소들과 달리 조용히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며, “다가오는 배꽃 만개 시기에 맞춰 방문하면 하얀 꽃비가 흐드러지는 특별한 장면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무궁화수목원은 화려한 인파 없이도 봄의 정취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벚꽃 외에도 이토록 아름다운 봄이 있다는 걸 직접 확인하고 싶다면, 다음 주 보령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