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시작된다.
매일 돌아오던 집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살기 시작하는 날,
아이는 새로운 생활을 배우고
부모는 비어 있는 공간을 배운다.
문을 열면 그대로인 방이 있다.
침대도, 책장도, 남겨진 물건도
제자리에 있는데
그 안의 기척만 사라져 있다.
그 방은 말없이 묻는다.
이제 조금씩 물러나는 법을 배울 수 있겠느냐고.
아이도 밤이 되면
문득 엄마를 떠올릴지 모른다.
달을 보며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달빛은 마음을 어루만질 뿐
거리를 좁혀 주지는 않는다.
멀어서 당장 갈 수 없는 자리에서
우리는 단절이 아니라
거리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엄마 역시
아이가 사는 방향을 향해
보이지 않는 귀를 기울인다.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저 무탈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 심리적 거리는
어딘가 차갑고 푸른빛을 띤다.
문학 시간에 읽었던
실비아 플러스의 나무처럼,
강하지만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는 존재를 떠올린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세실 루이스의 시가 생각난다.
사랑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놓아줌으로써 증명된다고.
그래서 독립은
따뜻함과 차가움이 동시에 부는 바람과 닮았다.
떠나는 아이와
남아 있는 부모가
각자의 자리에서
같은 바람을 맞으며
조금씩 성장하는 시간.
독립은 단절이 아니라
사랑이 다른 형태로 이어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