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오늘
글렌데일 도서관에 갔다.
차를 세우려던 순간,
그곳에 서 있는 소녀상을
우연히 다시 만났다.
몇 년 전에는
도서관 정문 앞에 있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조금 옆으로 옮겨져 있었다.
나는 잠시
차를 세우고
그 앞에 서 보았다.
그동안 여러 번 지나쳤지만
이렇게 가까이
천천히 바라본 것은
처음이었다.
설명문을 읽기 시작했다.
짧게 잘린 머리.
나는 그 문장을 읽으며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집을 떠나야 했던 한 순간을 떠올렸다.
돌아오지 못할 길이라는 것을
알았을까.
맨발.
그 단어를 읽는 순간
차가운 바닥의 감각이
먼저 떠올랐다.
신발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내던져진 느낌.
어깨 위의 작은 새.
그것은 장식처럼 보였지만
오래 바라보고 있으니
혼자가 아니라는
조용한 약속처럼 느껴졌다.
나는
소녀 옆에 놓인
빈 의자를 바라보았다.
그 자리는
누군가가 앉았어야 할 자리였다.
하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한 시간들이
그 자리를 비워 둔 채
남아 있었다.
의자 아래에는
늙은 할머니의 그림자가
그려져 있었다.
그 그림자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처럼
조용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 안에
작게 그려진
하얀 나비 한 마리.
나는 그 나비를 한참 바라보았다.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어떤 희망.
또는
끝났다고 말할 수 없다는
시간의 흔적.
나는 설명문을 다 읽고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이 기념비는
많은 나라에서 끌려간
수많은 여성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앞에 서 있는 동안
그 숫자는 더 이상
숫자로 느껴지지 않았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의 시간으로
다가왔다.
정문 앞에서
옆자리로 옮겨졌지만,
그 소녀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채
말없이.
나는 그 시선을
한동안 따라갔다.
그것은
과거를 향한 시선이 아니라
지금을 향한 시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알게 되었다.
그 자리는
기억의 자리가 아니라
기다림의 자리라는 것을.
나는
잠시 그 앞에 서 있다가
천천히 돌아섰다.
그런데도
마음 한쪽에는
아직도
그 자리가 남아 있었다.
그 소녀는 지금도
조용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