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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음과 친절함 중에 친절함을 택해라

<원더> 리뷰

by 소려




진순의 아름다움을 모르는 당신이 불쌍해

여러분들은 진순을 좋아하나요? 네 그거 맞습니다. 어? 어어? 거기 토하고 계시는 당신 누군가에겐 상처일 수 있습니다? 그래요 저도 진순 별로 안 좋아합니다. 남들이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바나나를 뺏긴 침팬지마냥 씩씩거리면서 화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요 제가 언젠가 진순에 밥을 말아먹은 적이 있었습니다. 국물이 살짝 달달하면서 고소하니 따뜻한 햇반과의 궁합이 퍽 좋았던 것 아니겠어요? 그날 이후로 진순을 대하는 저의 태도는 사뭇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 녀석 이런 장점이 있었네?" 싶었던 거죠.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진순에 말아먹는 따뜻한 햇반 같은 영화입니다.



어기

어기는 장애를 앓고 있는 소년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얼굴이 무너져 내려 27번이나 수술을 받아야 했고, 덕분에 말하고 보고 듣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얼굴이 남들에 비해 심히 뒤틀리고 말았습니다. 가족들의 보살핌이 더 필요했던 어기는 홈스쿨링을 하다가 중학교 5학년이 되고 처음으로 학교를 가게 됩니다. 평생 이렇게 살 수는 없으니까요.

출처: 네이버 영화

어기는 어떤 취급을 받았을까요? 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대로입니다. 그 이후에 펼쳐질 내용들도 얼추 예상이 가시죠? 하지만 백문이불여일견입니다. 영화를 아직 안 보셨다면 지금이라도 꼭 보고 오세요. 이러려고 넷플 결제한 거 아니에요?




외력

과학 시간에 선생님이 묻습니다.

물체의 상태는 언제까지 변하지 않을까?


이에 어기는 이렇게 답하죠.

물체에 외력이 작용할 때까지요


학교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어기는 변함없이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학교로 갑니다. 그리고 괴롭힘을 받습니다. 피구 시간에는 아이들이 던지는 공을 홀로 맞으며 버팁니다. 수많은 분자들이 그를 때리고 변화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어기는 변합니다. 수많은 외력들이 범람하는 세상에 발을 들였으니까요.

출처: 네이버 영화




태양과 항성

이 영화의 특별한 지점은 어기의 누나인 올리비아에서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어기만을 위한 영화가 아니거든요. 올리비아 역시 나름의 아픔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신경은 온통 어기에게 쏠려있었기 때문에 올리비아는 사랑이 목말랐습니다. 그렇다고 어기를 괴롭히거나 못되게 굴지는 않습니다. 비아는 착한 누나거든요. 아니, 착해야만 하는 누나였을지도 모르겠네요.

태양의 주위를 도는 항성처럼 엄마, 아빠와 비아는 어기를 바라보며 어기의 주위를 돌고 돕니다. 여태까지는 그래왔지만 그녀 역시 사춘기 소녀입니다. 삶에 변곡점을 마주하게 되고 영화는 그것을 조명합니다. 카메라는 올리비아를 향합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플로피 디스크

어기의 엄마는 꿈이 있었습니다. 논문 하나만 작성하면 석사 학위를 딸 수 있었는데 그 논문을 제출하기 전 어기가 태어납니다. 그날부터 그녀의 별은 어기가 되었죠. 그녀의 낡은 꿈은 플로피 디스크에 들어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뭔지도 모르네요. 복구도 힘든가 봅니다. 어머니의 꿈은 열기조차 힘든 구닥다리 플로피 디스크에 들어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이 영화가 판타지인 이유. 바로 잭입니다. 현실에 이런 친구? 물론 있겠죠. 하지만 얼마나 있을까요? 냉정하지만 서글픈 현실입니다.

물론 잭도 완전히 육각형으로 완벽한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어기가 없는 곳에서 뒷말을 해서 어기를 상처 입히기도 했거든요. 그렇지만 다시 그에게 용서를 구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부탁해서가 아니라 정말로 어기가 좋아졌거든요. 영화는 그런 잭의 이야기도 훑습니다. 잭의 이야기는 어기와 떨어뜨려 놓고 보면 말 잘 듣는 착한 아이가 생애 처음으로 일으킨 말썽에 대해 조명합니다. 하지만 그 말썽은 옳음이 아니라 친절함을 택한 결과였죠. 이 이야기는 뒤에서 더 자세히 해봅시다.

출처: 네이버 영화




대역

비아의 친구 미란다의 이야기도 알아봅시다. 그녀는 비아의 단짝이었는데 여름 캠프 이후로 비아와 소원해졌습니다. 덕분에 비아는 남친이 생깁니다(?) 이런 친구가 진짜 친구인 겁니다. 여러분도 잘 생각해 보세요. 혹시 스스로의 존재가 내 친구의 꽃길을 방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무튼 미란다도 역시 사연이 있습니다. 그녀는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탓에 항상 화목한 비아의 가족을 부러워합니다. 어기는 친동생처럼 여기구요. 그런데 여름캠프에서 자신의 가족 대신 비아의 가족 얘기를 해서 모두의 관심을 이끌었습니다. 단숨에 인싸가 됐다네요. 가족 얘기했다고 왜 인싸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걍 그런갑다 하세요. 중요한 건 미란다가 그 일로 죄책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겁니다.

비아는 어기를 도는 '항성'이지만 미란다는 그런 비아가 되고 싶은 그녀의 '대역'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학교 연극에선 그 위치가 반대가 됩니다. 그렇기에 마지막에 미란다가 자신의 역할을 포기하고 대역이었던 비아를 무대 위로 올리는 장면엔 꽤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비아를 주연으로 무대에 올림으로서 그녀 역시 자기 인생의 주연으로 다시 올라서게 됩니다. 멋지지 않나요?

출처: 다니엘 로즈 러셀 트위터

그리고 멋지신 것뿐만 아니라 참 고우십니다. 허허허




아픔

칙칙폭폭 이야기 열차는 사연을 싣고 종착역을 향해 달려갑니다. 세상을 떠난 반려견 데이지의 이야기가 있고, 그리고 그 죽음을 특히 아파하는 말 못 할 아빠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카메라가 모두의 아픔을 쓰다듬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픔은 누구 하나만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이야기다

라고 말입니다.

슬픔에는 크기를 매길 수도 셈을 할 수도 없습니다. 어기의 슬픔을 비아는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겠지만 어기 역시 비아가 겪는 슬픔을 전부 헤아릴 수는 없을 겁니다. 결국 '나'와 다른 '너'가 있고, 서로 다른 '이야기'만 존재합니다.


어기 이 맹랑한 꼬마는 세상 피해자인 척은 다 하면서 누나의 흑인 남자친구에게 후드 드립을 칩니다. 썅@너매거 후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상치 못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어기는 알았던 걸까요? 저스틴의 크고 아름다운 가방에서 진짜 빅 뻐킹 머신 건이 나왔다면 어기는 "그래도 뒤@졌잖아ㅋㅋ"거리며 조용히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뭐 아무튼 어기를 피해자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장애가 있다고 배려만 받지 않고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드립도 치고 합니다.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부분이죠. 어기는 피해자도 아니고, 동정을 받아야 할 대상도 아닌 한 명의 똑같은 사람이니까요.

출처: 네이버 영화



친절함

중간에 나온 격언으로 오늘의 리뷰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중에선 좋은 사람도 있고 싫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어떤 사람입니까? 모든 이들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만약 아니라면 그 사람은 왜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까요? 그건 당신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옳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추구하는 옳음은 있겠죠. 내 옳음에 상대방이 맞지 않는다고 그 사람이 틀린 게 아닙니다. 아직 잘 모를 뿐입니다. 우리 모두에겐 저마다의 행복과 저마다의 아픔이 있습니다.


여러분 친절해지세요.


그러면 그 사람도 당신에게 웃어줄 거에요.


아직 세상은 아름다우니까요.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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