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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영화 프리퀄 아니었어?

<웡카> 리뷰

by 소려



뭐야 찰리 돌려줘요

윌리 웡카 과거에 치과의사 아버지 나오는 줄 알았던 분들은 조용히 손 드세요. 일단 나부터 엌ㅋㅋㅋ

아버지는 무슨 웬 어머니가 나오더라구요. 움파룸파랑 만나게 된 과거도 우리의 기억과는 조금 다릅니다. 분명 애벌레 주스 갈아 마시고 친해졌던 거 같은데??

아무튼 이 영화는 우리가 알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이 아닙니다.

출처: pxfuel

요 영화의 프리퀄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영화는 1971년에 개봉한 <윌리 웡카와 초콜릿 공장>이라는 영화입니다. 제목만 보고 중국산 짝퉁 영화로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가 아는 팀 버튼의 작품 이전에 나온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소스는 영국의 소설가 로알드 달의 원작 소설입니다. 그리고 오늘의 영화 <웡카> 역시 원작 소설에 기반을 두고 만든 영화입니다. 팀 버튼 영화의 프리퀄이 아니란 얘기죠.




초콜릿

이 영화는 마치 초콜릿 같습니다. 빨리 질리거든요. 이야기에 큰 성의도 없고 대충대충 넘어갑니다. 사연에 무게가 없으니 긴장감은 그대로 혼자 숨을 참고 가라앉아버립니다. 긴장감의 부재는 곧 도파민의 억제를 뜻하고 이 말은 즉슨, 재미가 더럽게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표 값 15000원이 아까워서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며 이 악물고 끝까지 봤습니다. 결과적으론 잠에 2시간을 더 투자하는 게 나을 뻔했지만요.

출처: 익스트림 무비



뮤지컬

이 영화는 뮤지컬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는 노래만 잘 뽑아도 본전은 칩니다. <위대한 쇼맨>을 보세요. 영화 내용은 잘 기억 안 나는데 노래는 하나같이 생생하게 떠오르지 않나요? 여기에 영화까지 잘 만들면 <라라랜드>되는 겁니다. 무한도전에서 괜히 가요제를 한 게 아니거든요. 그만큼 노래의 힘은 굉장합니다. 이 영화의 노래는 어떠냐구요?


"에이 조졌네 이거"

출처: 네이버 영화

티모시 샬라메의 노래가 그렇게 감미롭지도 않았거니와 노래마저 기억에 남는 게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중독성 있는 움파룸파 노래마저 1971년작에서 썼던 노래를 그대로 가져온 겁니다. 노래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어땠을까요?




주제의식의 부제

영화는 '꿈'에 대해 노래합니다. 세계 최고의 초콜릿 제작자가 되겠다는 윌리 웡카의 야심 찬 포부에 어릴 적 어머니와의 추억 한 꼬집, 그리고 불쌍한 소녀 누들의 감동 사연 두 큰 술을 넣고 마구 버무렸습니다. 그런데 누들의 사연과 웡카의 사연이 마찰하며 자꾸 잡음을 냅니다.

누들의 진짜 부모를 찾는 과정이 웡카가 꿈을 포기하지 않게 되는 이유가 된다는 전개는 납득이 잘 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웡카가 누들에게 글을 배우는 것 역시 불필요한 접점입니다.

기껏 글씨 배워서 읽는다는 게 장부에서 찾은 누들 친모 이름입니다. 자기 엄마 이름 찾게 하려고 글씨 가르친 건가요? 의도가 아니었겠으나 그렇게 보이게끔 연출되었습니다. 명백한 플롯의 오류입니다.

이 영화는 새로운 화법과 새로운 이야기 대신 익숙하고 고전적인 동화적 플롯을 채택했습니다. 그런 만큼 기본에 집중했어야 했습니다. 꿈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단순하고 묵직하게 고집했다면 어땠을까요? 이 영화는 '가족'과 '꿈' ,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잡지 못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황급히 마무리

영화를 보면서 리뷰에 칠 드립들을 계속 생각해 놨지만 막상 쓰려니 재미가 없는 거 같습니다. 그래서 안 쓰고 마무리하렵니다. 까는 것도 까는 맛이 있는 놈을 까야 맛있는 겁니다. 재미없는 놈은 그냥 근처에도 가기 싫잖아요?

영화를 보고 그 어떤 감동의 요동도 치질 않습니다. 신이 나지도 않고, 감동적이지도 않고, 화도 안 납니다. 완전히 무(無)의 상태입니다. 이 영화가 제 인생을 조금 바꿔놓은 게 있다면 바로 제 지갑 사정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윌리 웡카는 초콜릿을 팔아 떼부자가 됐는데 나는 15000원 주고 잠을 자지 않는 벌을 스스로 2시간 동안 주고 있었던 겁니다. 덕분에 가난뱅이에 한층 더 가까워지게 됐네요.

뭐, 가난? 우우욱

출처: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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