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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gu Nov 04. 2023

유럽의 다양성이란

겪어보기 전까진 알지 못했던 것



교과서로 보던 유럽의 다양성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유럽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많은 나라들이 밀집되어 있고, EU라는 연합에 묶여 있기에 국가 간 교류와 이동이 활발하다고 배웠다. 인간의 군상이 다양하여 서로의 삶에 대한 존중이 있다고 알고 있었다.


어린 마음에 환상을 품었지만, 이내 이런저런 공부를 하느라 옅어졌다. 다양하면 뭐 얼마나 다양할까. 치열하게 사는 건 다 똑같다고 생각했다. 

군대에서 2년 복무하는 동안, 넓은 세상에 대한 갈망을 가졌다. 다시 유럽이 궁금했고, 직접 보고 싶었다. 교환학생을 준비했고, 독일로 왔다.



교환학생 오고 가장 눈에 띈 것은 언어

여행하면서, 학교에서, 지하철에서, 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했다. 유럽의 문화인지, 스몰토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유럽엔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아시아계는 많지 않았다.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었고, 서로의 정보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들었다.


호스텔에서 만난 벨기에 친구와 맥주 마시러 가는 중

대화하면 상대방이 몇 개국 어를 할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독일 호스텔에서 만났던 벨기에 공무원은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약간의 스페인어를 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에서 만난 친구는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를 할 수 있었다. 학교 친구들은 대부분 2-3개국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한국에 오면 귀재가 될 친구들이다. 


어머니가 이탈리안, 아빠가 프랑스인이고 온 가족이 독일에서 살면 어떻게 될까.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영어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케이스가 비일비재하다.



다양한 인간 군상

국가 간 이동이 많은 만큼,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 불가리아에서 이민 와서, C2(독일어 고급)를 따고 26세에 대학 입학한 형. 프랑스에서 교환학생 온 동생. 모로코에서 4년 유학 왔고, 졸업 후 다시 자국으로 돌아갈 친구. 브라질 친구는 졸업 후 또 다른 세계로 공부하러 간다. 이뿐만이 아니다. 독일 친구들의 삶도 다양했다. 나보다 1살 어린 룸메이트들은 사실 회사에서 3년 일하며 학위(대학 학위보단 낮은 그레이드)를 받았었다. 하지만 더 좋은 학위와 공부를 위해 다시 대학으로 왔다.  


핼러윈에 노상방뇨 중인 프랑스 친구와 브라질리언 친구

스페인에서 만난 기념품점의 아랍계 사장은 한국, 프랑스에서 장사를 하다가 스페인에 정착한 케이스였다. 한국,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손님을 부르셨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유럽엔 다양한 인간 군상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색과 길에 대한 생각

여기 있으면 자신만의 색과 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들에겐 필자 또한 새로운 세계에서 온 탐색가였다. 삶이 너무 다양하여 나이로 비교하는 것이, 직업으로 비교하는 것이, 출생으로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모두들 각자의 시간대와 무대에서 열심히 살고 있었다. 정해진 나이와 길이 없었다. 필자 또한 어디로든 뻗어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학교 앞 공원 한복판에 이렇게 책장이 존재했다.


불가리아 친구가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말한 것이 있다.

"그들은 자국의 언어만을 사용하길 원해서, 유럽인들이나 아시아 국가들이나 서로 진입장벽이 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였다. 유럽인에게 아시아 국가는 언어 장벽이 존재하고, 유럽인들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는 시스템 또한 가지고 있었다. 당장 한국만 해도 영어와 한국어를 같이 사용하는 회사가 몇 없다. 


아시아 국가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임을 알게 됐다. 애초에 색이 다양하지 않고, 눈에 띄는 색을 경계하곤 한다. 비슷한 색끼린 비교도 간편하다. 그 안에서 색이 얼마나 진한지 혹은 얼마나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지로 비교하게 된다. 짧게 봐온 유럽은 그 색과 영역, 선명도가 다양하여 애초에 비교가 힘들다. 한국에서 온 필자는 밑의 유럽 다양성 중 검은색 동그라미 정도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유럽에선 또 다른 색이자 삶이다.



왼쪽은 아시아 국가 내에서의 다양성, 오른쪽은 유럽의 다양성




유럽 필터

물론 유럽에 처음 왔으니 아름답게 보이는 필터가 적용된 것도 있을 것이다. 이곳도 인종차별자는 존재한다. 한심해 보이는 사람, 박스 깔고 노숙하는 사람, 마약 중독자, 부패한 정치인, 말끔한 기업가, 평범한 시민이 존재한다. 똑같은 사회다.

다만, 마음속에 품은 가능성과 관점 수용력이 다르다.  




유럽의 다양성이란,

말 그대로 인간의 군상이 다양하여

하나의 잣대로 비교를 할 수가 없는 것.


그래서 그 안에서 나의 색과 길을 발견할 수 있는 것.




2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살면서 느낀 유럽의 다양성이었다. 

후에 생각이 달라진다면 다시 글을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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