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25, 다낭, 호이안)
엄마와 동생네 가족, 6명이 베트남 다낭, 호이안에 다녀왔다.
3대가 함께하는 여행은 아무래도 계획 세울 때 신경 쓸 일이 많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자연을 가면 아이들이 재미없어하고
아이들이 야시장에서 정신줄 놓고 뜨개질 인형을 고르고 있으면 어른들은 어서 집에 들어가서 쉬고 싶단 표정을 짓는다.
아이들이 원하는 길거리 음식과
누군가가 가고 싶은 전통음식
엄마가 먹어야만 하는 과일
다 필요 없고 안주할 만한 것을 먹고 싶은 나까지.
맞춰야 할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보통은 내가 계획을 세우는데 그동안 싫은 티를 냈는지 동생이 준비한다고 해서 얼른 넘겨주었다.
동생은 나보다 더 꼼꼼하게 여행계획을 세우는 사람인지라 믿음직스러웠다.
강수확률, 동선효율, 환전방법, 메뉴선정 등 이런저런 이슈가 생길 때마다 나름 나도 도움을 주겠다고 같이 열심히 고민하는 척 하긴 했지만 그녀가 얼마나 고생했을지 나도 잘 알고 있다.
이번 베트남 여행은 동생 덕분에 쪄 죽을 거 같은 날씨 속에서 싸우지 않고 나름 할 거 다 해가면서 잘 놀고 왔다. 감사한 일이다.
나에게는 별다를 것 없는 여름휴가였는데 리조트에서 숙박을 한 경험이 가장 크게 다가왔다.
지난번 홍콩 숙소에서도 말했듯이 난 숙소에 그다지 의미를 두고 있지 않았고 솔로인지라 수영장이 딸린 리조트는 자본 적이 없다.
'다른 나라까지 와서 굳이 바다를 가지?'
'하물며 바다가 코앞인데 굳이 굳이 왜 숙소 수영장을 이용하지?'
잘 이해가 안 간다.
동생은 내가 이런 성향임을 알고 있어서 숙소 구할 때만큼은 나에게 의견을 구하지 않고 알아서 싼 리조트로 구했다고 했다.
아이들에게는 수영장이 중요하다고 ㅋㅋ
나 역시 내 조카들 물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다낭공항에 내려 오행산에 들렀다가 숙소로 들어왔다.
Bel Marina라는 곳이었다. 우린 체크인을 하자마자 수영장으로 갔다.
수건도 주고 끝나면 바로 들어가서 샤워도 할 수 있으니 편하긴 했다.
(누군가 샤워 마칠 때까지 수영장에서 좀 더 놀아도 되니 시간 상 알차기도 하고)
이런 맛에 리조트 오는 건가... 싶었다.
실컷 놀다가 올드타운에서 수많은 배들이 만들어 내는 야경도 보고 배도 타고 저녁 먹고 숙소에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
조식도 훌륭하다. 우와.. 리조트가 싼 거였네. 조식 포함이라니...
조카들이 이미 다 먹고 기다리다 못해 게임을 하러 다시 방에 들어갈 때까지
엄마와 난 계속 계속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보고 맛있는 건 또 먹고를 반복했다.
이튿날 일정은 바구니배 타고 쿠킹클래스도 체험하고 안방비치에 갔다가 숙소 근처에서 발마사지하기이다.
어머니께서 바구니배 안에서 춤을 추는 바람에 모든 관광객의 시선과 핸드폰이 우리 배로 주목되는 작은 사건이 있었지만 이는 E 엄마를 둔 I 딸의 숙명이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우리는 셋째 날 아침에 루프탑 인피니티풀에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
사람이 많을 것을 예상해서 오픈시간인 7시에 우르르 몰려갔다.
사람이 2명 정도 있었는데 인피니티 풀에 처음 와 본 나는 살짝 과장하자면 황홀했다.
멀리 보이는 강을 하염없이 계속 바라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사진 찍었던 곳이 이런 곳이었구나...
별거 아니네 싶으면서도 수영하다가 자꾸 쳐다보고 싶어졌다. 살짝 무서우면서도 신기하고 재밌었다.
나에겐 이날 일정이었던 그 유명한 바나나 힐보다도 인피니티 풀이 더 인상적이었다.
가족들에게는 베트남 여행, 나에게만큼은 리조트 여행이라 할 만하다.
역시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말도 듣고 낯선 경험도 하고 그래야지,
내가 항상 믿는 대로만 하던 대로만 살면 안 되는 거 같다.
여행도 일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