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15, 스페인)
나는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자전거는 넓은 공원에 갔을 때나 빌려서 타는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10년 차 자출족이 되기까지는 바르셀로나 여행 중, 남자 친구의 역할이 컸다.
바르셀로나는 시내 곳곳 가우디의 건축물을 비롯해 볼거리가 많은 여행지였다. 여기저기 빨빨거리며 하루종일 걸어 다니다 보면 저녁엔 파김치가 되기 일쑤였다.
그중 카사밀라, 카사바트요는 '남의 집 집구경을 저 돈 내고 굳이 들어가서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또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인증샷 하나는 찍고 가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내 마음이지만 여간 까탈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하루는 자전거를 빌려 '걷기엔 멀고 버스 타기엔 가까운' 관광지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문제는 내가 온실 속 화초처럼 사람들 없는 곳에서만 자전거를 타 봤다는 거였다. 낯선 해외에서 그것도 도로를 가로지르며 하루종일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조금 무섭긴 했지만 남자 친구가 자기만 따라오면 괜찮다고 용기를 준 덕분에(아마 본인이 걷기 힘들어서 그랬을 거다)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카탈루냐 광장 근처 자전거 렌털샵에서 자전거를 빌려 미리 검색해 놓은 맛집으로 향했다. 든든히 먹어야 열심히 달을 밟을 수 있으니.
카사 바트요, 카사밀라에선 역시나 들어가진 않고 건물 앞에서 다녀온 양 인증샷을 찍었다.
계속해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여행 중에 만나는 수많은 성당들이 나에겐 그저 "우와 성당이다."였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좀 다르게 느껴졌다. 어느 성당에나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도 왠지 달리 보였고 조각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찰하고 공부하는 마음으로 연신 감탄하면서 봤다. 아마 꽃보다 할배 TV 프로그램의 영향이 컸을 거다.
가우디 사망 100주년인 2026년에 완공 예정이라고 하던데 공사가 끝난 후에 한번 더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걷든 자전거를 타든 힘든 건 매한가지 구나.
자전거를 바납하고 스페인 음식인 빠에야를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하루종일 열심히 돌아다녀서 쓰러질 것 같은데 몸속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맥주가 다시 나를 살려놨다.
이 맛에 여행하는 거지!
힘든데 뿌듯한 이 기분이 너무 좋다. 나 좀 디스트 성향이 있는 듯.
여행 속 평범한 일상이었지만 이 날을 계기로 혼자서도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차가 없는 나에게 자전거는 필수템이 되었고 출퇴근은 물론, 나의 생활반경을 넓히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게 된다.
도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가족 중에서도 해보지도 않고 "난 안 해 봐서 못해.", "난 나이가 많아서 못해. 이런 건 젊은 사람들이 잘하지" 라며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거나 덮어놓고 무조건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많다.
그들을 보며 난 또 다짐한다.
'난 그러지 말아야지. 막상 해보면 별거 아닌 일들이 대부분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