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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렐레 Jul 01. 2024

프롤로그

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에 대한 여러 가지 설명 중 내가 가장 공감하는 것은 '새로운 경험에 대한 빈도수의 차이'라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처음 경험하는 것이 많고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도 많지만 나이가 들수록 익숙한 일을 하게 되고 뭔가 배우는 행위 자체를 귀찮아하는 경향이 있다.

 첫 경험은 뇌에 강한 자극을 주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기도 하고 시간의 개념에서 마디마디가 되어 주는데, 특별히 새로운 자극 없이 한 해를 보내게 된다면 시간의 개념이 통으로 느껴져 빨리 지나갔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교적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수많은 첫 경험을 만들어 내는 여행이야말로 심리적 항노화제가 아닐까? 낯선 거리를 걷고 처음 보는 사람과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대화하고 신기한 음식들을 먹어보는 매 순간순간이 새로운 자극일 테니 말이다.     



 2023년 여름, 나만의 책 만들기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여행에 관한 주제로 글을 써서 책으로 만드는 것이었는데 난 처음 배낭여행을 시작한 2002년도부터 기억에 남는 내용들로 여행기를 적기 시작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0 꼭지 가량의 분량을 쓰다 보니 주말에도 카페에 앉아 카공족들 사이에서 하루종일 글을 쓰고 사진을 찾았다. 충동적으로 결정한 책 출판에 팔자에도 없는 마감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뭔가에 집중하면서 보낸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보니 소중했고 일기를 잘 적어준 그 당시의 나에게 고마웠다.



 시간 부족으로 2014년도 여행에서 책이 마무리되었는데 기왕 시작한 거 그 후의 여행기도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 없는 공급에 나만의 욕심일지라도 화장실 가서 밑 안 닦고 나온 듯한 찜찜함이 계속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그래서 브런치 북을 통해 그때 출판했던 "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기 사서고생기" 후속 편으로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여행기 2탄을 연재해 보려고 한다. 



 2, 30대의 나는 내 존재의 이유를 여행에서 찾았다. 여행을 가기 위해 돈을 벌었고 면접을 볼 때도 1주일 통으로 쉬는 게 가능한 지부터 물어봤다. 최소 6개월 전엔 비행기 표를 끊고 스페인이나 일본 같은 경우에는 어학 공부부터가 여행 준비의 시작이기도 했다. J형 인간답게 틈날 때마다 블로그 후기를 찾아보고 분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도서관에 가서 그 나라의 역사 관련 서적도 빌려다 읽으며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의 10배가 넘는 시간을 여행 준비에 쏟았다. 그렇게 단 일주일의 여행으로 여행 전 준비와 여행 후 두고두고 곱씹으며 행복할 수 있으니 여행이란 얼마나 가성비 좋은 활동인지.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 여행을 다녀오지 못했고 어느덧 내 나이도 40이 넘었다. 내가 "진짜 여행"이라 믿어왔던 방식이 사서 하는 고생이었다면 지금은 아무런 준비 없이 스마트폰 하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세상이 되었다. 하물며 부루마블 실사판으로 주사위 돌려서 나오는 나라로 여행 가는 프로그램도 있지 않은가! 

 세상이 바뀌었고 여행만이 내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었던 나의 생각도 변했다. 여행보다 여행 준비가 더 즐겁다고 외치던 나는 이제 여행 준비가 귀찮아서 여행을 미루는 인간이 되었으니까. 이런저런 변화의 갈림길에서 내가 다녀온 여행을 한 번쯤 정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온전히 나를 위한 글쓰기가 될 것 같아 걱정도 되지만 읽는 이들이 공감하고 자신의 여행을 떠올릴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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