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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렐레 Aug 05. 2024

엔돌핀 폭발! 스카이다이빙

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16, 아르헨티나)

나의 오래된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스카이다이빙이었다.

번지점프는 내가 스스로 뛰어야 하니 자신이 없었고 스카이 다이빙은 나는 가만히 있고 전문가가 알아서 뛰어내리는 거니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스카이다이빙은 한번 더 해보고 싶을지언정 번지점프는 영 용기가 안 난다. 


어쨌든 부에노스아이레스 체험비가 가장 싸다고 알고 있었기에 남미 가는 김에 꼭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막상 날짜가 다가올수록 겁이 났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할 것 같아서 나 스스로  취소한다고는 못하겠고 차라리 날씨가 안 좋아서 강제로 못하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했다. 그리고 당일날 아침 비가 한두 방울씩 내리길래 혹시나 취소될 수 도 있겠다는 작은 기대감을 안고 픽업장소로 향했다. 


우리를 태운 승합차는 한참을 달려 아무것도 없는 넓은 들판에 도착했다. 

아침 일찍 준비한 탓에 완전히 골아떨어졌다가 비몽사몽 눈을 뜨니 어느새 한 두 방울 내리던 비는 그치고 하늘이 개었다. 

다.. 다행이..다...


일단 죽어도 다 내 책임이라고 하는거 같은 각서에 서명을 하고(영어라서 뭔 내용인지 모른다) 하늘 위에서 내가 취해야 할 자세를 영상으로 반복해서 봤다. 혹시 죽을까 봐 열심히 화면을 보면서 외우려고 노력했다. 


3명씩 헬기에 탑승했는데 나와 함께 뛰어내릴 강사님은 연륜이 좀 있어 보여서 살짝 안심이 되었다. 체험하는 사람 3명과 강사 3명, 조종사까지 총 7명이 탄 헬기는 비좁았다. 무릎을 세우고 끝도 없이 올라가는데 엉덩이가 배겨서 아팠다. 창문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점점 작아질수록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다. 

이거... 너무 많이 올라가는 거 아닌가.. 내가 미쳤지.

다른 두명이 뛰어내리고 맨 마지막이 내 순서 였다. 앉은 상태에서 강사가 끈을 연결하고 엉덩이를 뒤뚱뒤뚱 움직여 문앞까지 간 후 발을 헬기밖으로 떨어뜨려 자리를 잡았다. 

원. 투. 쓰리!

읍!




순간의 두려움으로 움찔했지만 오히려 현실감이 없어서 그런지 생각만큼 무섭진 않았다. 꽤 오래 내려왔는데 영상을 보니 옛날 예능 보면 벌칙으로 입에 바람 쏴서 아귀처럼 만드는 그런 모습을 내가 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막 용천수처럼 퐁퐁퐁 솟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발이 땅에 닿은 후에도 강사님이 찍어 주신 영상 속 나는 계속 “우와” 와 ‘대박’, 배시시 웃기 세 개를 무한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실성한 사람 같았다.


 

진짜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경험이었다. 우울할 때 보면 좋은 추하게 나온 사진과 동영상도 덤으로 얻었고. 

용기를 내 준 나와 비를 멈춰준 하늘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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