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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렐레 Aug 19. 2024

국경을 넘나들며 이과수폭포 구경하기

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

남미여행의 첫 목적지는 이과수폭포였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비행시간도 길지만 공항 대기시간 또한 만만치 않은 덕에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지 30시간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 EZE공항에 도착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국내선을 타기 위해 또다시 버스를 타고 AEP 공항(우리나라로 따지자면 김포공항)으로 이동. 3일째 이동만하고 있다. 

너무 피곤해서 비행기 타자마자 골아떨어졌는데 옆 사람이 날 툭툭 치며 깨웠다.


'아... 나 코 골았나?'


부끄러우면서도 기분 나쁘고 비몽사몽 정신없는 와중에 그가 창문을 가리켰다.


대박!!!!!!

미쳤다!!!!!!


그가 가리킨 비행기 창문 밖으로 이과수 폭포가 보였다. 하늘에서 보는데도 이렇게 잘 보일 정도면 도대체 규모가 얼마나 크다는 걸까? 

다들 감탄하랴 사진 찍으랴 정신이 없었다. 나도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냈다.

아.. 배터리가 꺼져있네. 

 

핸드폰 켜는 동안 다 지나가고 끄트머리 하나 건졌다.(아래 사진)

아무튼 생판 모르는 나를 굳이 깨워주신 그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갑자기?)

 




그날 밤 숙소에서 만난 두 살 터울의 한국인 언니와 이과수 폭포에 함께 가기로 했다.

그 당시 내 나이 36. 

이땐 몰랐다. 이 언니가 50일 남미 여행기간 동안 내가 만난 한국인들 중 유일하게 나보다 연장자였다는 사실


이과수 폭포를 가는 날 아침. 

버스터미널에서 이과수 폭포행 버스를 타고 이과수 국립공원 안에 있는 기차를 타고 악마의 목구멍에 내렸다. 기차에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가야했는데 가는 길이 온통 나비 밭이다. 꽃도 아니고 땅바닥에 옹기종이 붙어 있으니 밭이라도 하는 게 맞을 듯싶다. 처음엔 내 몸에 앉으면(내가 꽃인줄 알고?) 사진찍기 바빴는데 너무 많으니 금세 나비를 파리취급하게 되었다. 훠이 훠이~~




나비를 쫒으며 악마의 목구멍으로 다가갔다. 가까이 갈수록 폭포의 비말이 튀어 비가 내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늘에서 뿌려주는 미스트를 맞으니 심장도 기대감에 마구 두근거렸다.


악마의 목구멍은 30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영혼을 빼앗긴다는 전설(?)이 있어 그런 무시무시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거대한 양의 물이 끝도 보이지 않는 폭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납득이 갔다.




악마의 목구멍을 보고 lower 산책길을 돌다가 보트투어도 했는데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나 싶었다. "보트 투어" 대신 "냅다 폭포 맞기"로. 하도 씨게 때려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수경을 들고 가면 쳐다보면서 맞을 수 있으니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수경을 갖고 가든 아니든 이과수 가면 보트투어는 필수다. 진짜 신나고 재밌었다. 


보트투어 후 upper 산책길을 돌아서 나왔는데 보트투어로 쫄딱 젖은 몸을 upper 산책길을 돌면서 말릴 수 있어 딱 좋았다. 이과수 국립공원은 폭포 하나 보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볼거리도 많고 산책 코스도 길어서 9시에 숙소에서 나가서 5시에 들어왔다. 하루종일 폭포를 보고 있는데도 계속 셔터를 누르게 하는 매력!

세계 3대 폭포는 그냥 하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날 동행한 언니와 함께 있는 것이 너무 좋아서 언니가 다음날 브라질로 넘어가서 이과수 폭포를 본다고 하길래 나도 덜컥 같이 가자고 했다. 


과연 J형인간의 즉흥 결정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다음시간에...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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