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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렐레 Aug 26. 2024

20달러+18헤알이 100헤알이라고!

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

어제에 이어 이과수 폭포를 보러 가는 날이다. 

오늘은 국경을 넘어 브라질 쪽에서 본다는 것이 다를 뿐. 



당일치기로 이과수만 보고 올 경우 입국심사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동행하는 언니가 브라질로 넘어가서 여행을 이어갈 예정이라 같이 브라질 입국심사를 받으러 갔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버스터미널에서 브라질 이과수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입국심사 하는 곳에서 내렸다. 입국심사는 5분 만에 끝났지만 무정한 버스는 우릴 기다려주지 않았고. 우린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다음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나마도 이과수가 아니라 브라질 시내로 가는 버스였다. 



일단 브라질 버스터미널에 내려 근처 마트에 들어가서 환전을 했다. 그 당시 환율로 1달러에 3.65 헤알이었다. 

다시 터미널로 돌아와 버스를 기다리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는 거다.(그 당시 언니와 난 숙소에서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구글맵을 사용할 수 없었고 아마 됐더라도 지금처럼 버스 안내 시스템까지는 없었던 것 같다)

안 되는 영어와 손짓, 발짓을 동원한 끝에 지금까지 우리가 계속 보낸 공항버스가 공항을 거쳐 이과수에 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니 버스에다가 공항이라고만 쓰지 말고 옆에 이과수도 같이 좀 써 놓으면 얼마나 좋아? 공항이라고 쓰여있길래 당연히 우리나라처럼 공항 전용 리무진 버스인 줄로만 알았다. 



이렇게 삽질에 삽질을 거듭하여 9시에 숙소를 나와 2시에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에 도착했다. 

5시간이 걸린 셈이다.

오늘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 가는 버스를 오후 5시에 예매해 놓았는데 3시간 남았다. 나 지금 다른 나라에 와 있는데 제때 탈 수 있을까? 이제 힘들게 도착했는데 들어가지도 않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일단 숙소 조식 이후, 아무것도 못 먹은 상태라 이과수 국립공원 앞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고 최대한 빠르게 한 바퀴 돌고 가기로 했다. 




여행 오기 전 이것저것 검색하면서 이과수 폭포를 한 군데서만 보려면 꼭 아르헨티나 쪽으로 가라는 글들을 많이 봤었다. 그래서 애초에 언니를 만나지 않았다면 국경을 넘어와서까지 볼 생각도 안 했고 별로 기대로 안 했는데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아르헨티나 이과수가 거대한 폭포를 바로 앞에서 보는 웅장한 맛이 있다면 브라질 이과수는 크고 작은 폭포들을 한눈에 담을 수 있어서 달력사진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의 조언은 '무조건 둘 다 봐야 한다'이다. 단지 아르헨티나에 비해 코스가 짧아서 좀 아쉬웠지만 다 보고 나오니 3시 30분.



구경할 땐 정신줄 놓고 감탄하고 사진 찍느라 잊고 있었는데 다시 슬슬 걱정이 됐다.

올 때처럼 브라질 이과수에서 아르헨티나 이과수로 바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될 것 같은데 어디에서 언제 출발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물어물어 일단 기다리고는 있는데 숙소에 맡겨놓은 짐을 갖고 나올 시간도 필요하고 혹시나 출국 심사할 때 오래 걸리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 심장이 계속 쫄렸다.



아르헨티나 이과수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가는 10만원 짜리 버스를 놓치느니 택시를 타는 게 나을 듯싶어 옆에서 어슬렁 거리는 택시기사에게 가격을 물어봤다. 



"아르헨티나 이과수 까지 얼마야?"

"100 헤알"

"나 달러밖에 없는데 달러도 가능해?"

"ㅇㅇ"

"얼만데?"

"30달러" 



수많은 해외여행 경험으로 막상 도착하면 잔돈 없다 할 가능성이 농후하였기에 달러도 100달러짜리 밖에 없는데 괜찮냐고 확인했더니 괜찮다고 답했다. 

버스시간이 다가오니 흥정할 입장이 아닌 듯하여 바로 콜을 외쳤다. 

그러자 나랑 얘기한 사람이 아닌 옆에 서 있던 사람이 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이 사람이 운전하는 거 아니었어?'

영어를 할 줄 아는 기사들이 없다 보니 이 사람은 브로커처럼 손님을 물어다가 기사와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럴 줄 알았다. 

도착해서 100달러를 내미니 잔돈이 없단다. 

아무리 아까 얘기한 사람이 괜찮다고 했다고 말해도 알아듣지도 못하고 주머니를 까 뒤집으며 돈 없다는 제스처만 취하고 환전소는 문을 닫았고. 



지금부터 우리는 수학을 해야 한다.

처음 택시비를 얘기했을 때 100 헤알이었다.

내가 마트에서 바꿀 때 환율은 1달러 3.65 헤알. 

지갑을 다 뒤져 20달러짜리 하나랑 남은 브라질돈 18 헤알이 있어서 내밀었다.

3.65 헤알 x 20 달러 = 73 헤알

73 헤알 + 18 헤알 = 101 헤알



난 확인하고 탄 건데 본인이 잔돈이 없으니 환전수수료는 감수하고 이 정도에서 알았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안된다는 거다. 그러거나 말거나 던져주고 그냥 내려버릴걸. 

나도 없다고 지갑을 보여줬더니 내 아르헨티나 돈 150페소를 가져갔다. 

10달러를 140페소로 환전했는데 1/3 이상을 더 뜯겼다. 헐랭.

 


에효... 그래도 버스 안 놓친 게 어디냐.  

5시간 걸려서 갔는데 오는 데는 25분 밖에 안 걸렸으니 현타가 왔지만 버스를 놓치지 않은 것에 위안을 삼았다. 하루종일 삽질의 연속에다가 심장이 쫄깃쫄깃했던 스릴만점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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