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X세대의 여행산문집 사서고생기(2025, 요르단)
요르단 여행을 하면서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 바로 렌터카였다.
자차가 없는 난 국내여행 갈 때 가끔씩 렌터카를 이용한다.
하지만 2시간 이상 장기운전을 해본 적도 없었고 해외에서의 운전경험 역시 없었다.
하물며 요르단 수도, 암만은 초보가 운전하기 힘드니 웬만하면 대중교통이나 택시로 여행하는 것을 추천한다는 글들이 많아서 운전도 잘 못하는 나는 당연히 안 되겠구나 싶었다.
그리하여 공항에 도착해서 6일간 렌트를 하고 페트라, 아카바, 사해를 돈 후, 공항에 렌터카를 반납하고 남은 2일은 시내에 있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나중에 암만 여행을 준비하는데 수도인데도 불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해 보였다.
버스정류장도 제대로 없어서 지나가는 차를 세워야 하고 버스가 봉고차처럼 생겨서 잘 알아보기도 어렵거니와 버스번호도 아라비아 숫자가 아니라서 알아볼 수가 없다는 거다.(동전에도 자기네 나라 숫자로 되어 있어서 숫자는 공부해 가는 것이 좋다.)
많은 나라를 다녔지만 여행하기 극악의 난이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여행 일주일 전에 렌터카 8일 대여로 변경했다. 암만에서 택시 타고 다니는 것보다 2일 더 추가하는 비용이 저렴하기도 하고 6일 내내 운전하면 아무래도 운전에 익숙해질 테니 천천히만 다니면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한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암만 공항에서 페트라까지 가는 2시간 50분은 긴장되긴 했지만 뻥 뚫린 고속도로라 괜찮았다. 양옆으로 사막만 보이는 국도 같은 길이어서 계속 감탄하면서 가게 된다. 과속카메라가 눈에 안 보여서 신나게 밟았는데 나중에 렌터카 반납할 때 보니 속도위반으로 2번 걸렸더라.
참고로 속도위반 두 번, 암만에서 주차위반 한 번으로 과태료만 14만 원 냈다. ㅋㅋ
신나게 달려 숙소에 도착해서야 알았다.
'아! 후방카메라가 없구나.'
그다음으로 느낀 건
'나 후방카메라 없으면 주차 못하는 사람이구나.'
후방카메라 없는 차를 운전을 안 해봐서 몰랐다.
그냥 공터에 주차하는 것도 넣었다 뺐다 어쩔 줄 몰라하니까 어디서 지켜보고 있었는지 갑자기 나타난 옆 숙소 직원이 다가와서 물었다.
"내가 주차해 줄까?"
평소 내 성격으로 봤을때
"아니야, 내가 할게."라고 할 법도 한데 냉큼 "감사합니다." 하고 차에서 내렸다.
이 분을 시작으로 여행 내내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1. 차선 이슈>
황홀한 여행을 마치고 드디어 입성한 수도, 암만
3차선 도로를 차 5대가 나란히 가고 있다.
3차선에 각각 한대, 차선 2개를 밟고 달리는 차가 2대.
왜지?
처음엔 그냥 '이렇게 차선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니 신기하고 욕 나오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한두명이 아니라 모든 도로에서 차선을 밟고 다녔다.
어라?
옛날에 TV에서 '차선은 생명선입니다.'라는 공익광고를 본 거 같은데 목숨 내놓고 운전하는 건가?
챗gpt에 요르단 사람들은 왜 이렇게 차선을 안 지키냐고 물어봤더니 차선은 그냥 가이드 라인일 뿐이고 3차선인 도로에서 아닌 5대가 갈 수 있으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단다.
허허.. 이게 무슨 논리지? 그렇게 따지면 빨간불일때 지나가면 목적지에 빨리 도착할수 있으니 좋은거 아냐?
<2. 크랙션 이슈>
신호도 그렇다.
어떤 신호등이던지 초록색 불이 켜지자마자 "빵~~~~~~~~~~~~~~~" 소리가 난다.
진짜 대단들 하다. 적어도 2초는 기다려줘야하는거 아닌가?
나같이 심약한 사람들은 어디 깜짝놀라서 운전하겠냔 말이다.
또 챗gpt가 말했다.
"그들은 소통을 하는 것이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
<3. 첫경험들>
눈뽕이란 거 이름은 들어봤지만 사실 뭔지 잘 몰랐다.
좌회전해야 해서 일찌감치 1차선에 들어왔거나 어찌하다 귀찮아서 차선변경을 안 하면 그게 뭔지 알 수 있다.
어찌나 뒤에서 상향등을 켜대고 바짝 갖다 붙여서 위협을 하는지 무서워서 1차선에 있을 수가 없었다.
남자 친구에 옆에 있거나 말거나 운전대만 잡으면 계속 짜증 내고 욕하고 스트레스 게이지가 계속 올라갔다.
나도 승질이 나니까 운전 7년(회사차) 만에 처음으로 크랙션을 누르며 소통을 시도해봤다.
회사차로 출장가는거 아니면 운전할 일이 없다 보니 운전을 재밌어한다.
그런데 여기와서는 차선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고 크랙션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듯하고 후방카메라 없이 주차할 생각에 걱정돼서 어딜 나가고 싶지가 않았다.
이래서 경험자들 말을 잘 들었어야 하는데..
협곡사이에서 주인공처럼 나타나는 페트라,
와디럼 사막여행에서 본 이 세계 풍경들,
사해에서 둥둥 떠서 본 노을,
제라쉬의 건축물들...
요르단 여행은 정말 볼거리 많은 행복했던 곳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운전고행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