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을 걸고 출퇴근하는 길이 아득하게 느껴지던 초보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걷는 것보다 코앞의 마트도 차로 다녀오는 게 익숙해져 버렸다.
한창 무덥디 무더운 여름날 운전면허를 위한 연수를 받았다. 지금도 그 자리에 있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다니던 운전면허 학원은 시장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 나오는 길목 사이사이에 좌판에서 다양한 수산물들이 얼음물에 담가진 채 진열되어 있었다. 더운 여름날 기능시험을 위해 몇 바퀴 돌고 나오는 길이면 그 특유의 짭조름한 냄새가 내 후각을 자극했다. 여러 날씨와 계절을 거치며 지금까지 운전을 했지만 나에게 운전이라고 하면 그 습하고 무더운 날들과 그 짠내가 동시가 떠오른다.
운전을 업으로 했던 아버지 덕분에 면허를 따자 마자 바로 스파르타 연수가 시작되었다. 커브길 연수를 위해 산길 운전을 했으며, 후진 주차를 습득하기 위해 경사로로 갔었다. 급브레이크 훈련을 하기 위해 공터로 갔었다. 한번 연수를 나가면 한밤 중이 되어 집에 도착을 하니, 집에 도착할 때는 온몸이 녹초가 되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그때 내가 운전했던 차는 지금은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스틱형 구코란도이었다.
혹독한 훈련(?) 끝에 '이만하면 되었다'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차키를 하사 받았지만 뭔가 운전에 질려버려 몇 번 차를 가지고 등하교를 했다가 반납해버렸다.
마음만 먹으면 바로 운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자신감도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고 나니 사그라져 버렸다.
아무리 열심히 연수를 받았다 할지라도, 고작 몇 번 출석을 위해 몰았던 운전 경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물어보면 아주 당연하게 장롱면허라고 했다. 그게 자연스러웠고 운전이 이제는 나와는 상관없는 막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수영을 다닐 때도, 체육관을 다닐 때도 물먹은 수영복과 땀에 젖은 운동복도 바리바리 싸들고 버스에 오르내렸다. 장롱면허 10년 차, 대중교통 이용은 당연한 것이었다.
2017년 추석은 역대급 연휴기간이었다. 그 기간에 나는 오롯이 혼자 텅 빈 도로를 누비며 출퇴근 연습을 하고 있었다. 집 앞 골목에서 나가자마자 좌우 살피고 좌회전을 한다. 그러고 나서 큰 도로가 보일 때쯤 우회전을 위해 차선을 변경한다. 직진신호가 떨어지면 한번 더 살피고 우회전을 한다. 다행히 우회전하는 구간에 횡단보도가 없다. 차선을 타자마자 또 좌회전을 해야 하기에 4개의 차선을 넘어가며 좌회전 차선으로 간다. 지하도를 건너고 나면 사무실까지는 한동안 직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때부터 마음이 놓인다. 마지막 우회전이 한번 더 남아 있다. 우회전을 하려다 뒤에 버스를 보고 멈칫하게 된다. 연휴기간에도 버스는 운행을 한다. 텅 빈 도로에서 마음을 놓고 운전을 하다가 버스 한 대에 마음이 콩닥거린다.
나의 멈칫거림을 눈치챘는지, 아니면 초보운전이라는 크나큰 글씨를 보았는지 버스는 나의 주저함과 상관없이 제갈길을 가버린다. 그 뒤로 따라오는 차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우회전을 한다. 마지막 고비가 남았다.
비보호 좌회전이 남아있다. 저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보인다. 저 차를 보내고 좌회전해야겠다는 마음을 먹는다.
나를 향해 달려오던 차가 갑자기 오른쪽으로 빠진다. 뭔가 마음이 놓이면서 허탈한 기분이 든다.
나를 마지막까지 긴장시키던 비보호 좌회전을 마지막으로 홀로 외로운 출근을 마쳤다. 긴장감 넘치는 나의 출퇴근은 추석 연휴 마지막까지도 지속되었다.
출장이라도 잡히면 전날 저녁 로드맵을 켜고 몇 번이나 상상 속에 주행을 했었다.
셀프 주유하기 전에 몇 개의 블로그와 동영상을 찾아봤는지 모르겠다.
자동세차를 처음 할 적에 혹여 실수할까 봐 앞에 먼저 들어가는 차가 진행하는 것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쳐다보았다.
운전이 주는 편리함은 도대체 나에게 언제 오는 것인지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었다.
요즘은 다행히도 '기름값이 너무 올랐는데?', '내가 가는 곳에는 주차할만한 곳이 있을까?' ,
'살이 너무 쪘는데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녀야 하려나?' 정도의 소소한 고민만을 가지고 있다.
영영 장롱면허로 끝날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운전대를 잡을 기회가 생긴걸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물론 다시 운전대를 잡았을 때도 스파르타 연수는 반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