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

by 무연

엄마의 등에는 새끼 손톱만한 자그마한 혹이 있었다.

어렸을 적 엄마를 따라 목욕탕을 갈 적에 등을 밀어드릴 때 너무 세게 밀면 그 조그마한 혹이 떨어져 행여나 피가 날까 두려워 그 근처는 살살 피해가며 밀었다.


어느 순간 내 등에도 같은 위치 같은 크기에 조그마한 혹이 느껴졌다.

삼십대 중반을 넘어가니, 나도 엄마를 닮아가는 구나, 시간이 들수록 딸은 엄마를 더 닮아간다는데,

나는 등에 혹까지 닮아가는건가 싶어서 뭔가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하면서 뭐 이런거까지 닮는 건가 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설연휴 집을 한바탕 치워내기에 정신이 없었다. 아주 작정하고 치우기로 마음 먹은지라 싱크대부터 신발장, 베란다 붙박이장까지 모든 짐을 다 끄집어 내서 버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30리터 쓰레기 봉투가 4장이나 나갔고 20리터 쓰레기봉투도 애저녁에 2장이 미리 가득 채워 나갔다.


싱크대 하부장중 애매 한 크기로 자리해서 이러저러한 잡다한 서류를 집어 넣는 곳을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하나하나 펼쳐보며 정리하고 있는데 엄마의 진단서류들이 나온다. 아마 보험회사에 제출하려고 받은 진단서들이겠지. 이제는 필요없는 서류들이라서 손으로 잘게 찢어서 쓰레기 봉투에 담았다.

한참을 그렇게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뜬금없이 내 등뒤의 조그만 혹의 존재가 생각이 난다.


가끔 엄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하고 막연한 그리움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남들에게는 말 못했지만 한동안 엄마를 찾아서 한참을 헤맨 적이 있다

엄마의 마지막 배웅인사를 받았던 대학병원에 한달음 달려가면 왠지 거기에 엄마가 있지 않을까, 함께 살던 예전 집에 살금살금 몰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엄마가 한솥가득 애호박찌개를 끓이고 서있지 않을까, 그러다가도 엄마를 마지막으로 모신 영락공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어디에도 다 있을 것 같은 엄마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점점 나는 익숙해지고 있었다.

더이상 엄마를 찾아 헤매지 않는 날들이 점차 쌓여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손에 잘 닿지 않은 곳마저 엄마와 닮아버린 그 조그만 혹에서 나는 엄마를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의 길쭉한 손과 발에도 엄마가 있다. 웃을때 보이는 가지런한 치열에도 엄마가 보인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에도 엄마가 있다. 매순간 엄마는 항상 나를 통해 나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구나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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