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16회 후기

by 무연

건강검진 이야기부터 수술까지 있었던 이야기들을 순차적으로 나열해 볼 생각이었는데

세상사 뜻대로 되지 않는 건 내 의지로 글을 쓰는 것까지도 포함되나 보다.


수술이 끝나고 방사선 치료계획을 잡기 위해 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이 날은 별다른 거 없이 말 그대로 방사선 치료 횟수와 시작하는 날만 정하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소요하거나 특별한 걸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생각했던 치료 횟수보다 훨씬 많은 16회였고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매일 나와야 된다는 사실도 나를 놀라게 했다.(아무래도 생전 처음 받는 치료이다 보니 16회가 적은 건지 많은 건지도 잘 몰랐고, 치료 횟수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받는 줄 알았다.)


1회 차~5회 차 이야기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방사선을 받을 치료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한번 더 방문을 하였다. 뭔가 내 등 쪽에 닿는 푹신한 소재가 나의 등에 자리 잡더니 위치를 정하고 나서는 단단하게 바뀌었다. 무슨 소재인지는 모르겠으나 속으로 내심 신기하다고는 생각했다. 그리고 양쪽 겨드랑이 밑쪽과 가슴 정 한가운데에 십자 표시를 그려놓았다.

월요일부터 방사선 치료에 들어갔다. 결론만 말하자만 막상 방사선치료를 받는 시간은 3분도 안 걸리는 느낌이었다. 대신 내 몸에 대고 만든 틀에 몸을 위치시키고 십자 표시로 그려놓은 곳에 정확한 위치로 맞추는 시간이 좀 더 걸릴 뿐이었다. 사실 몸을 맞추는 시간도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내 순서가 되어 들어가면 옷을 탈의하고 치료받고 나오는 데까지 10~15분 남짓 걸렸을까?

보통 2~3주 차 때부터 피곤하다고 하길래 크게 부담 없이 첫 번째 주 1회 차 치료를 받고 나왔는데, 치료를 받고 3시간 후부터 뭔가 가슴이 콕콕 찌르는 느낌이 났었다. 심각한 건 아니었는데 점점 강도가 세지는 거 같아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도 두 시간정도 지나자 사라졌다. 매번 치료를 받을 때마다 이러거나 혹은 더 심해질까 봐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2회 차 때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치료 때 왜 그랬나 궁금했지만 뭔가 내 몸이 적응하는 단계였었나 보다.

대신 3회 차 치료 후에는 잠자는 중에 치료받는 부위와 가까운 쇄골에서 불편한 감이 있어서 새벽에 몇 번 잠이 깼는데, 이게 내가 그냥 잠자는 자세가 잘못돼서 그런 건지 또 방사선 치료의 영향인지 조금 헷갈렸다.

첫 주차에는 보통 아무런 느낌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그냥 단순한 나의 착각인가 싶기도 했다.

그리고 4~5회 차 치료는 아무런 느낌 없이 지나갔다.




6회 차~10회 차 이야기


1~2회 차 치료시간은 오후 4시 30분이었지만 3~6회 차 치료시간은 저녁 7시 30분이라 퇴근 후 치료를 받고 집에 도착하면 거의 9시가 다 되어갔다.

다행히 7회 차부터는 오후 세시라 7회 차는 길가에 피어 있는 벚꽃들을 보면서 나들이 나가는 느낌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가는 병원은 가는 길목에 벚꽃나무가 많기에 운전하면서 보고 갈 맛이 났다

7회 차 치료를 받고 운전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조금 눈이 뻑뻑한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오래가지는 않았다. 다만 집에 도착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쉬고 있을 때 또 한 번 눈이 건조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조금 처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려고 움직이다 보니 그 처진 기운은 금방 사라졌다

7회 차까지는 크게 피부색을 신경 쓰지 않고 관찰하지 않았는데 8회 차 치료를 받고 나서 피부 상태를 보니 조금은 붉어진 상태였다. 그때까지 제대로 피부상태를 확인해 본 적이 없어서 언제부터 붉어졌는지 알 수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지금 붉어진 피부 상태가 심하다거나 그렇지는 않아서 이런 상태가 된 게 오늘부터이거나 혹은 하루 이틀 전이지 않을까 싶다. 7회 차와 달리 8회 차 치료 후에 눈건조함은 없었다. 7회 차를 기점으로 피로감이 느껴질 줄 알았는데 적응을 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못 느끼는 것인지 9,10회 차 치료 후도 특별할 것 없이 지나갔다. 다만 10회 차가 끝나는 날에는 집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고 식곤증인지 피로감인지 잠깐 잠들었다가 깼다.

어쨌든 2주 차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특별한 증상 없이 지나갔다. 오히려 내가 방사선치료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사소한 느낌이나 상관없는 증상까지 방사선치료 결과로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치료와 별개로 매일 병원과 집을 오가다 보니 그 자체만으로 지치는 게 없는 건 아니었다.


11회 차~16회 차 이야기


11회 차 치료를 받고 집으로 운전을 하고 오는 중 가벼운 졸음이 찾아왔다. 집에 도착해서 간식을 먹고 움직이니 잠은 깼지만 왠지 좀 눈을 붙이고 쉬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잠깐 눈을 붙였다. 잠이 들지 않으면 바로 일어날 생각이었는데 금방 잠들었던 거 같다. 한 시간가량 자고 일어났다. 치료받은 부위의 피부를 살펴보니 붉은 기운은 그대로였지만 조그만 트러블이 몇 개 올라와 있었다

12회 차 때에도 치료가 끝나고 집에 도착해서 쉴 겸 한 시간 정도 눈을 붙이긴 했는데 그러고 나면 오히려 제때 자야 할 시간에 잠드는 것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13회 차 때부터는 조금 노곤한 느낌이 와도 잠자는 시간 외에 따로 눈을 붙이진 않았다. 혹여 운전 중에 졸음이 올까 싶어 껌과 사탕을 준비했었다. 다행히 심한 졸음은 아니었기에 껌하나만 씹으면 더 이상 졸음이 오지는 않았다.

14회 차 치료 후에는 치료 막바지라 그런 건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새벽에 몇 번이나 깨다가 다시 잠들었다. 다행히 금방 다시 잠들긴 했지만 평상시보다 잠을 푹 잔 것 같지는 않았다.

15회 차 치료 후에는 밤에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지고 잠이 오는데, 정작 잠이 들지 않았다. 방사선치료 중에 불면증 증상도 있는 것인지, 아니면 치료 1회 차를 남겨두고 이제 거의 다 끝났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설레서 잠이 안 온 것인지 자정을 한참을 넘겨서야 잠들었던 것 같다. 그다음 날이 주말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16회 차를 마칠 때까지 특별한 몸의 이상이 느껴지거나 불편감을 느낀 건 없었다.



챙겨 먹은 음식

블루베리: 치료 전 1시간 전에 꼭 종이컵 반컵 이상 분량을 먹고 갔다. 치료 중 건강한 세포를 보호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먹고 갔다.

연어: 세포 재생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인터넷으로 냉동 연어를 주문하여 하루에 한 번은 꼭 먹으려고 했다.

울금가루: 몸에 염증지수를 낮춰준다고 하여 식후에 요거트에 섞어서 먹었다.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후춧가루와 올리브오일도 추가로 뿌려서 먹었다.

캐모마일차: 수면이 도움이 된다고 하여 하루에 한잔씩 꼭 마시려고 했다.

미지근한 물: 충분한 수분섭취가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틈틈이 물 한잔씩 마시려고 했다. 방사선 치료받는 위치가 식도와 가까워서 치료회차가 올라갈수록 식도에도 영향이 갈 수도 있다고 하여 물을 미지근하게 마셨다.



멀리한 음식

커피: 음식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게 수면이었다. 잠을 잘 자야 회복도 잘되고 다음날 치료도 잘 받을 거라는 생각에 치료받는 중에는 최대한 커피를 피했다.

뜨겁거나 차가운 물(음식) 그리고 탄산수(음료): 방사선치료교육을 받을 때 방사선 치료를 받는 위치가 아무래도 식도와 가깝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 식도에도 무리가 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여, 식도에 자극을 주지 않기 위해 최대한 자제하였다.


운동

점심을 먹고 30분 이상씩 산책을 했었고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10분이 넘지 않는 간단한 홈트레이닝 영상을 보고 따라 했다. 아무래도 치료받는 곳이 가슴 쪽이기 때문에 팔이나 상체를 많이 쓰는 홈트레이닝보다는 하체 위주로 홈트레이닝 위주로 하였다.


일상생활

특별한 건 없이 평상시와 같이 지냈다. 혹여 방사선 치료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든 점이 생길까 봐 나름의 대비(?)도 했지만 그냥 무탈하게 지나갔다.

다만 저녁밥은 치료와 회복을 위해 나름 신경 써서 먹었다. 연어와 브로콜리, 당근을 추가해서 매일매일 꼭 먹으려고 했다. 가끔 출출하면 바나나, 생고구마, 계란흰자, 블루베리, 요거트등으로 허기를 달랬다.



혈액순환에 도움이 될까 싶어 치료 후 집에 왔을 때 찜질팩을 배나 발에 올려두었다. 치료부위에는 아무것도 하면 안 된다고 교육받았기 때문에 치료받는 부위는 피해서 다른 부위의 몸을 따뜻하게 했다.

수면은 원래 시간보다 30분~1시간 정도 더 일찍 잤다. 혹시나 수면양이 더 늘어나거나 더 자면 좋지 않을까 해서 그 이상 일찍 잠자리에 든 적이 있는데 오히려 새벽에 깨버렸다.

치료받는 기간 동안 주말에는 친구들과 만나서 드라이브도 하고 외식도 했다. 너무 피곤하면 쉬었겠지만 다행히 그 정도까지의 피로감은 못 느낀 거 같다


2주 차까지는 나름 철저하게 생활습관과 먹는걸 신경 썼는데 3주 차에는 조금 해이해졌다

어떻게 보면 3주 차에 더 신경을 써야 했었는데 거의 끝나가기도 하고 치료 과정이 순조로워서 조금 마음을 내려놓았던 것도 있다. 다행스럽게도 치료받는 동안 내가 혹시나 우려했던 만큼 체력적으로 지친다거나 피로감이 심한 건 아니었다.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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