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의욕-1

by 무연

요 며칠사이 나는 무언가에 지친 것이 분명하다.

아니 질렸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두 단어 모두 딱 나의 현 상태를 대변할 수가 없다.

사전을 검색해 본다. 조금 더 끌리는 단어를 찾아냈다.

'싫증', '물린다'


퇴근 후 편한 소파에 누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던 티브이도, 유튜브영상도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싶지가 않다.

잠들기 전에 슥슥 엄지로 내려보는 쇼츠도 더 이상 재밌지가 않다.

볼 때마다 이제 머리가 무거워진다. 눈에 보이지 않은 무거운 추가 앞통수와 옆통수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 같다.


그래, 이런 적이 처음이 아니지


처음에는 아마 옷이었을 것이다. 항상 사도 부족한 옷이었는데 어느 순간 쇼핑을 하는 것도 지겹고, 이 사이트 저 사이트 클릭해 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맘에 드는 옷 찾기가 바빴던 내가 어느 순간 그 모든 관련된 행위들이 지겨워진 것이다. 이제는 사는 옷보다 안 입고 정리하는 옷들이 많아서 옷장이 텅텅 비워져가고 있다.

지난겨울은 바지 세벌로 버텼다. 봄이 되면 봄옷사기가 바빴는데 벌써 봄의 삼분의 일이 지나가버렸다. 기상청 말로는 4월부터 여름이라고 그랬던가?? 그러면 나는 그냥 이번 봄을 보내버린 것이다.


두 번째로 찾아온 건 음식이었다.

다행히(?) 식욕은 여전하기에 끼니를 거르지는 않으나, 요즘은 당최 먹고 싶은 음식이 없어 끼니때마다 메뉴 선정하는 게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퇴근 무렵만 되면 먹고 싶은 음식들이 저절로 떠올라 한번에 다 먹지 못함을 속상해했었는데 이제는 도대체 뭐로 한 끼 때워야 할지 퍽 성가시기까지 하다.


옷 고르는 재미가 사라지더니 음식 골라먹는 재미가 사라졌다. 더 이상 무슨 재미가 사라질까 했더니, 이제는 퇴근 후 일상처럼 소소하게 챙겨보던 티브이도 유튜브 영상도 이제는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냥 얄궂은 마음이 변덕을 부리는 건지, 내가 의욕하는 것들을 하나씩 점점 내려놓는 것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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