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도, 도꼬마리!
살아있는 생명체의 최고의 존재 이유는, 당연코 '생존과 번식'이다.
기생, 공생, 변신, 은폐, 진화...
동, 식물은 물론,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박테리아까지, 경이롭고도 감탄스러운 각양의 생존전략들은 먼 조상으로부터 이어져온 치열한 투쟁의 전리품이다.
내 농토에는 낫을 든 농부인 나와 피차 한 발짝도 물러서지 못하는 전쟁을 치르면서도 끊임없이 저항하고 머리를 쳐드는, '잡초'라고 뭉뚱 거려 천시하는 생명체가 있다. 나름 다소 관대한 입장이지만, 농꾼의 눈엔 처단의 대상임에는 분명하다.
도꼬마리!
몇 해 전부터 근처 밭에서 간헐적으로 보이더니, 영역을 폭발적으로 넓혀 시나브로 나의 영역에서도 작년 봄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족족 사정없이 사형을 집행하지만, 미친듯한 확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명 찍찍이라고 부르는 벨크로의 원조, 도꼬마리.
됫귀마리 < 돗고마리 < 도꼬마리로 불리게 되었다는데, 이 생명체의 번식 전략이 참으로 대단하다.
가시로 덮인 딱딱한 열매 안에는, 두 개의 씨방이 있다.
열매가 땅에 자리를 잡으면, 동시에 발아를 하는 게 아니라, 한 녀석이 먼저 고개를 삐죽이 내민다. '간을 본다'라고 해야 하나? 발아의 외부 여건을 살피는 것이다. 위험 신호가 내리면, 발아대기 나머지 씨앗은 요지부동으로 인내의 기다림을 시작한다.
두 개의 씨앗이 발아 타이밍을 달리함으로 생존율을 극대화하는 전략!
'살아남음'! 이 보다 위대한 명제가 또 있을까?
'삶'의 '의미' 란게, 뭔가 거창한 '의미'가 있어야만 잘 사는 것인가? '잘 살아남는 자체'가 '의미가 있는 삶'이면 어떤가.
위대한 도꼬마리, 씨는 말한다.
"살아있음을 찬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