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스트레스

by 김석철



생각지도 못한 스트레스가 또 하나 늘었다.
뭔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건 확실히 스트레스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림 소리.
카톡카톡에서 당근당근으로 바뀐 정크노이즈 때문이다.

시간 죽이기 외엔 아무런 의미가 느껴지지 않는 각종 명분의 만남들과 거리가 좁혀지지 않아 칩거를 택했다.
반복되는 가십성 화제와 신변잡기, 익숙지 않은 타인과의 이질적인 어색함은 나에겐 적잖은 곤욕이었다. 무엇보다, 흘려보내는 시간들만큼이나 내 영혼도 함께 소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갑장 모임방이 눈에 띄어 가입을 했다가 갑자기 회원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게 예상치 못한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괜한 관음증이 화근이다.
가끔 타인들의 삶을 엿보며, 자신의 삶을 투영해 보고픈 은밀한 유혹이 생긴다. 책 같은 매체를 통한 고전적인 일방적 엿봄이나, sns 같은 소셜미디어의 쌍방 소통은 결국, 타자의 삶을 관찰하거나 본인의 삶을 드러내고픈 본연의 욕구 발로라고 생각된다.



대략 난감




글나부랭이를 끄적이다 보니 타인이 사는 모습이 궁금했다.
길리슈트를 뒤집어쓴 스나이퍼처럼 은밀히 숨어 관찰만 할 거란 애초의 작전이 뭉개지면서 되려 내 목을 졸라버린 것이다.


문제는 가벼움이다. 익명이라는 가면이 주는 이중성도 문제다.
알림 소리의 단말마 외침이 이젠 초상집 부고장 같이 썩 내키지 않는 확인을 강요한다. 그것도, 시와 때도 모르고 무자비하게 내 시간들을 갉아먹으면서.


탈퇴냐, 버팀이냐.
정신 사나운 알림음이 들려올 때마다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다.
디지털의 세계와의 인연은 역시 골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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