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날의 기억.

by 김석철



거제의 새파란 바다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어제, 오늘 시리도록 푸른 하늘, 그 속을 여유롭게 노니는 뭉게구름이 자꾸만 시선을 산등성이 꼭짓점으로 끌어당겼다.

잡티 한 올 없는 청명함, 하늘이 비었는지 푸르름을 꿰뚫은 햇살이 바늘처럼 쏟아져내린다. 눈이 부시다 못해 따가운 오후다.

펼친 책은 뒷전, 하늘에 박힌 에머럴드 쪽빛을 쫓아 오감이 멈춰버렸다. 시선이 멈춘 곳에 시간도 멈추었다.


눈이 부신 날에는 누어서 하늘을 봐야 한다.

잔디 위에 쪼가리 신문 한 장 놓이면 둘이 누어도 족하다. 한 평 쪽방도 넉넉한 것이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이다. 넘쳐나는 사랑의 밀어와 몸짓을 담아내는 데는 두 팔을 벌릴 공간이면 족하고 족하다. 사랑이 그런 거다.


가슴으로 별이 안기는 게 아니다.

눈 속으로 구름이 흐르지도 않는다.

하늘 향해 누운 사랑하는 이들에게 비집고 들어설 별들과 바람의 자리가 있기는 할까.

그냥 모르는 척 가만히 기대면 된다.


시리도록 푸른 날.

새하얀 원피스에 몽실구름을 두른 나풀거리는 여인이 심장으로 떨어진 그날, 나는 하늘을 안았고 여인은 조용히 곁에 누었다.

눈부신 날이었다.

햇살은 따가웠고 사무치는 그리움이 사정없이 찔러댔던 날이기도 했다.


눈부신 오늘 같은 날에는...

하늘을 본다.


숨죽여 엿보던 별이, 구름이

지금의 그녀도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지 슬며시 고자질이라도 해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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