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사는 사깃꾼!

by 김석철



"이 여사, 억수로 사랑합니데이."

까르르 숨이 넘어갔다. 천상 15살 소녀다.

"아따, 우리 김 사장도 사랑하요."


이 삼순여사가 자다가도 벌떡 일어서는 게, 현금과 자식이 빈 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거다. 나이 구순이 코앞인데도 여전히 사랑한다는 말에는 가슴이 콩닥이나 보다.

"김 사장님, 보기보다 엄청 살갑네요?"

통화를 곁에서 엿들었던 은주 씨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엄마가 좋아하니까요."


"지원금 꽁돈은 받았는교?"

"아직 신청도 안 했는데."

구라다. 공돈 앞에서 고양이 같은 엄니가 기다리고 참는다고?씨알도 안 먹히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사실, 볼써 느그 제수하고 같이 맛있는 거 사먹어삤따."

" 아쉬울 때는 시도 때도 없이 불러제끼더만,이럴 때는 속딱하게 저그끼리 좋은 거 다 해 묵나? 진짜 이런 식으로 배신 땡기시나?허, 참말로."

"길이 올만데, 꼴랑 그거 묵을라꼬 부를끼가. 미안네, 김 사장"

"아주버님, 낼 거제 가도 됩니꺼?"

십 분쯤이나 흘렀나, 제수씨 문자가 파르르 울렸다.

보나 마나 엄니 이 여사가 동생내외에게 사기를 친 거다. 너그 행님이 낼 맛난 거 사준다꼬 놀로 오라는데? 어두운 귀를 방패막이 삼아 능청스럽게 거짓부렁을 한 게 눈에 선했다.

발칙한 사기 행각에 호락호락 당할 녹녹한 제수씨가 아니다.

"행님이 어머니한테 내일 거제 놀러 오라 했다면서요?"

권력의 실세인 제수씨가 무서운 건 늙은 엄니나 시아주버님인 나나 매 마찬가지다.


"아들님, 오늘 옴마가 특별히 점심 쏠게."

"진짜가?어따, 이 삼순 여사 호주머니에서 돈 나올 때도 있나? 옴마가 사는 거 확실하제?"

"야가, 속다가만 살았나?아무리 옴마가 쪼달리도 아들 밥 한 끼 몬사겄나. 걱정마라!"


숟가락 놓은 지가 언젠데 이 여사는 천정 아래 매달린 티브이만 멀뚱멀뚱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미친 척하고 나 역시 미동도 않고 폰만 디다 봤다. 꿔다 논 보릿자루 둘이 딴청을 부리며 피차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옴마, 머 잊은 거 없나?"

"머!"

"오늘 점심 화끈하게 옴마가 쏜다 안 그랬나?"

"야가 머시라카노? 내가 언제..."

시치미를 뚝 잡아떼고 앉은 이 여사가 그래도 양심은 찔리는 듯 어물쩍 넘어가는 말끝에 주눅이 잔뜩 들었다.

"옴마가 세상에 아들내미한테 사기를 치나?

오늘 밥값은 외상 장부에 달아놓는데이. 절대 몬 떼묵을끼다."


사기꾼 이 여사가 실실 웃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