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풍진 이 세상과 이별을 하는 데 있어 걸림돌이랄까, 간절히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내 어머니 보다 단 하루만이라도 더 살게 해 달란 것이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걱정할 이유가 있을까마는 만에 하나 순서가 바뀌어 어머니가 남겨지게 된다면 맘 편히 죽을 자신이 없다.
천하의 불효가 부모 먼저 세상을 떠나는 거라는데, 자식 앞세운 삶은 가히 살아도 산 게 아닌 나날일 것이다.
나는 반대로 제발 내 어머니가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시기를 소원해 왔었다. 뭔 말 같잖은 개소리인가 싶지만 사실이 그렇다.
빈말이라도 오래오래 사시란 말은 입에 담지 않았다.
가끔 허공에 떠도는 초점 잃은 어머니의 건조한 눈과, 세상 풍파 다 짊어지고 살아온 흔적을 구부정한 작은 몸뚱이를 통해 엿보는 게 얼마나 숨이 막히는지 모른다. 어머니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들 역시 쳇바퀴 도는 괘도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할게 뻔하다.
나는 내 어머니가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시기를 바란다.
그래서 남 말 안 하고 착하게 살아온 불쌍한 삶을 저세상에서나마 위로받기를 원한다.
거기에 아버지가 좋아하는 삼겹살에 막걸리 들고서 많이 늦었네 하며 기다리고 계실지 모른다. 물론, 암환자가 아니었던 잘생기고 화통했던 진짜 사나이, 내 아니었으면 저 몬난이 누가 델꼬 살았겠노 놀리던 아버지가 말이다.
여동생도 같이 달려 나오겠지. 가시나, 주책맞기는 했어도 그래도 엄마 살갑게 챙겨줬었지. 싸우기도 지독히 싸우더니 미친년 죽기는 왜 뒈지냐고 기절하듯 울었던 어머니와 다시 만나도 또 지지고 볶을까?
나 죽기 전 단 하나의 소원은 변함없이,
내 엄니 이 삼순 씨 보다
단 하루라도
더 오래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