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색'.
빨강, 파랑, 하양, 거무죽죽, 누리끼리, 푸르뎅뎅, 울트라마린 딮, 반다이크 브라운...별의별 얄궂은 색깔을 다 들어 봤지만, '훈색'이라니?
얼른 사전을 집어 들었다.
있다!
진짜로 훈색이라는 색깔이 사전에 떡 하니 족보를 올리고 있다.
선이 분명하지 않고 보일 듯 말 듯 희미하고 엷은 무지개 같은 빛깔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는데, 뭔 말인지 뜻풀이가 더 어렵다.
노을이 질 때 하늘에 보이는 노랑에 분홍이 섞인 색이라는 풀이도 보이는데, 그냥 연분홍빛이라고 하면 안 되려나.
벌써부터 한 자 배운 '훈색'이라는 신박한 단어를 어디다 써먹을까 즐거운 상상을 한다.
고작 단어 하나 새롭게 알게 된 일로 이토록 잔망을 떨어대니, 글쟁이가 맞긴 맞나 보다.
"배우고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 한가."